아편 심어 「게릴라」자금으로 동남아에 「황금의 삼각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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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의 마약밀매조직을 통해 거래되는 아편의 반이상이 「버마」·태국·「라오스」의 국경이 맞닿은 이른바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고원지대에 살고 있는 소수부족의 생계수단으로 1백년 이상 경작돼 온 양귀비꽃은 그동안 독립운동의 자금으로 혹은 공산「게릴라」·반정부군의 무기구입 밑천으로까지 사용돼왔다. 마약의 피해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미국은 「버마」·태국정부와 공동으로 규제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별무 효과.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그린웨이」 기자는 이 지역일대의 아편재배 현황과 문제점 등을 「르포」했다. 그는 10년 전에도 같은 지역을 찾아가 취재한바 있다. 다음은 그의「르포」기사를 발췌한 것이다.
「황금의 삼각지대」는 「버마」동북부 「샨」주를 중심으로 태국과 「라오스」의 북부고원지대를 연결한 험준한 산악지대. 「메콩」강 상류와 「살윈」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각 국의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무정부지대이기도하다.
예를 들어 중심부인 「켕퉁」주는 「버마」정부군이 몇몇 소도시와 통신망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지역은 중공의 지원을 받고있는 「버마」공산당의 「게릴라」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밖에 「버마」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들 소수의 고산족 및 아편 경작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대는 마치 「정글」처럼 지형이 험해 걷거나 노새와 말을 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양귀비재배는 이 지역주민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겨울부터 이른 봄 사이에 화전으로 일군 밭에서 원주민처녀들이 끝이 휜 칼로 양귀비를 잘라 수액을 채취한다. 일대에서는 해마다 4백t에서 7백t의 아편을 생산, 태국을 통해 동남아·미국·「유럽」까지 밀수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인으로 조직된 아편거래 「신디케이트」까지 조직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 「헤로인」의 10∼30%가 이 지역 생산품. 「암스테르담」의 「차이나타운」은 「유럽」밀매의 중심지가 되고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중국상인 조직은 노새나 말을 타고 이곳을 찾아와 아편덩어리를 사들여 태국국경의 밀조공장에서 「헤로인」이나 「모르핀」으로 정제한다.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는 「버마」의 「와」 「라우」 「아카」족과 「라오스」와 태국의 「메오」 「야오」족 등 고산족들은 다만 현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즉 살기 위해 아편을 만들고있다.
이 지역에서는 정제 안 된 아편 한 덩어리(1.6㎏)에 70「달러」밖에 안 하지만 이것이 정제되면 「뉴요크」의 뒷골목에서는 무려 2만「달러」로 팔린다.
「샨」주 주민들에게는 아편수입이 「랭군」정부에 대항해 싸우는데 필요한 무기구입 자금이 되고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이들에게 독립국가건설을 충동질하고 총과 탄약까지 공급하고있다. 「네·윈」정부의 행정력은 이 지방을 지배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공산「라오스」는 공산화전 미국의 압력으로 아편경작을 금지시켰던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라오스」 안의 아편재배는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동남아 공급의 중심지인 태국에서의 아편문제도 심각하여 『중공에서처럼 공산주의자가 완전히 장악하여 아편을 추방하는 것이 유일한 퇴치방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북부「버마」에서 재배되어 홍수처럼 밀려드는 아편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정력부족과 태국관리와 경찰의 개입 내지 부패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수상의 아들 「나롱·키티카촌」이 아편 밀매에 관련됐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고 현재도 많은 관리가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1억「달러」어치의 「헤로인」이 미국으로 밀매되었으나 현재로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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