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은 어디로 가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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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당대회는 결국 수치스러운 두개의 반쪽대회로 끝나고 말았다. 더구나 두개의 당대회까지 가는 과정은 외부의 폭력배가 동원돼 각목을 휘두르며 치고 받는 난투극의 연속이었다.
이 같은 난장판은 한마디로 신민당 인사들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당내문제 하나도 주체하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치국평천하를 논할 수 있겠는가.
지난번 74년 전당대회 이후 격화된 신민당의 집안싸움은 한때 이념대결의 단계도 있었으나 대체로 지도이념이나 명분과는 관계없는 한낱 감투를 위한 싸움으로 전락했다. 당권을 잡은 측은 어떻게든 대권을 유지하려고 독주를 서슴지 않았으며, 당권을 놓친 측은 상대방을 막아내려는 데만 온 정력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그들 나름으로 내세운 지도이념과 명분이란 것은 감정대립과 인신공격, 그리고 정치윤리를 벗어난 중상모략을 분식하기 위한 허울에 불과했다는 느낌이다.
선명성을 기치로 해 당권을 잡은 측이 이제는 상대방에 의해 「불선명」으로 규탄 받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그 반대로 주류를 선명치 못하다고 비난하는 비주류 지도자들은 스스로의 행적으로 보아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신민당의 주류와 비주류는 지금에 와서도 상대방이 외부세력과 결탁했다고 비난함으로써 자파의 입장을 살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의 처신을 가다듬기보다 상대를 헐뜯는 데만 열중하는 풍토 속에서 당이 일대파국에 이른 것은 당연한 귀결일는지 모른다.
주류와 비주류는 오늘의 비극을 슬퍼하고 반성하기보다 자파의 반쪽대회가 합법이라는 주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양파가 어떤 주장을 펴든 그것은 국민에게는 관계도 없고 흥미도 없는 일이다. 정치 단체의 법통시비가 법으로 가려질 일도 아닐뿐더러 설혹 가려진다 해서 신민당의 분쟁과 시비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인들의 양식에 의해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의 형편으로는 신민당의 파국상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데 문제가 있다.
신민당의 오늘의 사태를 목도한 국민 대다수의 솔직한 심정은 깨지든 망하든 마음대로 해보라는 분노의 감점일 것이다. 국민을 지도해야 할 정치인들이 어린 청소년 폭력배를 사욕을 위해 동원하는 행위를 자행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신민당이 하나로 뭉쳐 구당을 위한 정치적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국민의 분노는 신민당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분당을 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야당을 원치 않는 국민의 투표성향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신민당과 거기 몸담은 정치인들이 사는 길은 대오 각성하여 신민당을 재건하는 길뿐이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반쪽대회 결과를 백지로 돌리고, 새로운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단합을 이룩해야만 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이 기회에 당 외의 활력소를 대폭적으로 받아들이고, 당내 분쟁의 핵이었던 인사들을 잠정적으로나마 제2선으로 후퇴시키는 용단이 요구될는지 모른다.
야당인들은 와해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싸움질만 하는 신민당이라면 차라리 국민 앞에서 없어지느니만 못하다는 국민일반의 분노를 명심하고 조속히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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