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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백60여 척의 소 태평양 함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냉전 시대와 「데탕트」 시기를 막론하고 전후 미소 강대국들의 해군력과 해상 전략은 단순한 군사 목표보다는 주로 정치적 목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제해권 확보라고 하는 「힘의 토대」를 구축한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방에 어떤 정치적·외교적 양보를 강요하자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군사학 상으로 이것은 흔히 「스웨이전」(Suasion)이라 불리고 있거니와 군사력에 의한 「스웨이전」의 가장 전형적으로 적중했던 사례는 다름 아닌 1947년의 소련·「핀란드」간의 불평등 조약이었다.
오늘날 소련이 서 태평양 일대에 총 1백 20만t에 해당하는 7백 60여척의 거대한 해군력을 진출시키고 있는 저의도 결국은 「아시아」의 「핀란드」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시아」에 있어서의 「모스크바」의 「스웨이전」 목표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일본을 미국 및 중공과의 밀착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것이며 이차적으로는 중공의 고립화에 바탕해 「아시아」 집단 안보 체제를 강요하자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듯, 「아시아」의 「핀란드」화를 목표로 하여 태평양에 진출한 소련 함정들은 해군 제동 「고르슈코프」의 논문대로 한다면 『타국에 대해 소련식 생활 양식을 체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한마디 속에 「크렘린」의도의 팽창주의적 본질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을 본다.
소련 태평양 함대의 모든 함정들은 단기 결전의 선제 공격에 알맞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그 제일 의적인 역할은 소련으로부터 발사된 「미사일」이 미국의 주요 목표에 명중하기 앞서, 미국 B52기가 반격해 오는 것을 저지하자는 데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태평양 연안과 「알래스카」에 있는 미군의 전략 항공 기지에 선제 공격을 가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사일」 적재 잠수함의 주공 목표는 「필리핀」 「오키나와」 일본에 있는 미 해·공군 기지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아울러 주지된 사실이다.
이러한 태평양 전략의 수행상 소련은 불가불 대한해협과 종곡·진경의 3개 수로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북방 영토와 동해 및 대한해협의 제해권 확보는 자유「아시아」와 미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약 이 해역의 제해권이 상실되어 소련 함대가 서 태평양과 인도양 및 동지나 해로 대거 남진함과 아울러 미 7함대를 제압할 수 있는 「미사일」 순양함을 장 중에 넣게 된다면 미국서 해안의 공군 기지와 태평양 각국 및 한일의 전초 기지는 물론 미일의 「시·레인」은 무력화되고 말 것이다.
지난 75년4월 「모스크바」는 이미 동지나해를 중심으로 「오키나와」 작전이란 세계적 규모의 기동 연습을 실시한 바 있다. 그 때 소련 함대의 주된 공격 목표는 미 7함대의 항공 모함과 일본의 사활이 걸린 석유 수송로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태평양 상 자유세계의 상업동맥과 군사 지주를 겨냥한 일대 공격 전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 「럼스펠든」 국방 장관과 군사 정세 보고서는 『서 태평양의 교통로는 현재의 미 해군력만으로는 충분히 지키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포드」 행정부와 미 의회 및 일본은 그저 수수방관만 하고 있겠다는 말인가?
더 이상 늦기 전에 미일 두 나라와 대양주 연안국들은 자유 「아시아」의 심장부인 태평양의 안전 확보를 위해 비장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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