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박아위한 부산 혜성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입학식날 여교사의 머리채를 휘어잡던 꼬마가 그림을 그린다. 교사에게『차렷!』하고 호통치던 꼬마가 악기를 만진다. 제비처럼 짹짹거리는 소리만 내던 꼬마가 노래를 부른다.
5초도 정신집중이 안되던 꼬마가 강난감으로 무엇인가를 조립하기에 골몰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부산에 설립된 정신박약아들을 위한 공립특수학교 부산혜성학교(교장 하재우)는 이렇게 교육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중하고 있다. 지능지수 평균 55의어린이 32명으로 이학교가 문을 연것이 74년5월18일. 만2년전의 일.
불행한 어린이의 장래를 조금이라도 밝게해주고 사회에 적응하는 인간을 만들자는 교육이념으로 세워진 이학교의 설립목적은 2년의 세월속에 그 열매들이 영글어 가고있다.
부산시남구대연동 산64에 자리잡은 이 학교는 일반교실 17개, 양호실과 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공작실등 7개 특수교실을 갖춰 정박아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재학중인어린이는 2백29명.
국어·산수·사생·자연등의 교과서는없지만 교육효과는 어느 교육보다 알차고 뚜렷하다.
19명의 교사가 4백35중 3만6천2백19섬의 교육자료로 감각운동·문자지도·언어지도·수량지도에 열을 올리고있다.
입을 벌리고 공차는 어린이의 사진을 붙여 놓고 『너 사진이 좋다』고 칭찬하고, 어떤때는 멋대로 그린 그림을 벽에 붙이고는 별 다섯개를 줘 칭찬한다.
일에 자신이 없던 어린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자아의식을 싹이 트게 했다.
정박아들의 가장큰 병인은 정신집중부족. 교사들은 공차기를 하면서 언제나 어린이들이 공을 뺏을 수 있게 해준다. 공을 뺏기에 5초도 정신집중이 안되던 어린이들이 10초,20초,1분, 2분씩 정신집중시간을 늘려갔다.
북을 치게 하고 「실로폰」을 두드러지게 집단생활을 훈련시킨다.
성과는 훌룡해 개교2주년 기념일에는 서툰연주회나마 가질수 있었다.
학부모들도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적셨다.
부산시내에는 7천명정도의 정신박약아가 있을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혜성학교 재학생이 2백27명밖에 안되는 것은 일부 학부모가 자기자녀를 정박아로 노출시키는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
동교장은 부모들의 참된 사랑, 올바른 인식만이 이들 앞길을 터줄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출이 두렵다면 자식의 장래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것이냐고 교사들은 반문한다. 학교는 언제든지 부모들의 상담을받고 문도 활짝 열려있다고 하교장은 강조 했다.

<부산=강남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