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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없는 설전… 신민 주말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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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 주류·비주류는 당권 대결의 막바지 고갯길에서 흡사 계수 전쟁이라 부를 수 있는 대의원 배분 문제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정무위원들에게 배분되는 대의원 1백명을 1표라도 더 얻자는 것이 주목표. 배분 몫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주·비주류는 당헌개정심위 7인소위를 닷새, 정무회의를 이틀씩이나 공전시키면서도 타협점에 이르지 못했고 신민당에 실망하는 국민들의 여론에도 아랑곳없다.
7인소위가 두번째 모인 11일 비주류의 정해영 의원은 고등 수학으로도 풀기 어려운 숫자를 제시했다. 정 의원 안은 『김영삼 총재가 임명한 중앙 상무위원 30명, 정무위원 2명, 광주·대전·경주·금산 등 4개 지구당 대의원 24명 등 56명은 지금까지 비주류에서 불합리하다고 주장해 온 것이지만 일단 인정해 준다』고 크게 인심을 쓰는 것같이 전제를 달았으나 막상 제시한 숫자에는 56명을 에누리없이 포함시켜 정무회의 임명 「케이스」 1백명을 넣은 1백56명을 분모로 하여 주류 77, 비주류 69, 중도 10으로 하자는 배분안.
주류측서 이를 받아 들일리는 만무. 주류의 유치송 사무총장은 즉각 『상위 30·정무위 2·사고당 24명은 당헌 당규에 따른 합법 임명』임을 주장하면서 순수하게 정무회의 「케이스」1백명만을 주 51·비 49로 가르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역시 비주류측에선 이를 즉각 거부, 소위가 난항을 거듭하자 14일 낮 주류의 김영삼 총재는 양측 수뇌들이 회동한 자리에서 주 30·비 60·중도 8·보류 2로 1백명을 나누는 새로운 안을 제시.
김 총재는 이 안을 게시하면서 『비주류가 상무위원 30명의 임명에 이의를 갖고 있다니 내가 30명 임명안 셈치고 1백명에서 30명을 우선 비주류에 주고 남는 것 중 중도분을 제한 60명은 주·비주류 반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자기안을 설명, 김 총재 안이 다시 소위에 넘겨지자 비주류는 여기서 상위 30명 중 결격자 6명을 취소하는 대신 그만큼 비주류에 주고 배분에서 남는 2명을 역시 비주류에 달라고 요구, 14표를 비주류에 더 할애하라는 주장이었으나 주류측과 절충이 잘 안됐다.
소위는 5일간에 걸친 옥신각신 끝에 결국 『김 총재안과 이에 대한 비주류의 수정안이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에 이대로 정무회의에 넘긴다』는 이충환 위원장의 실패 선언을 마지막으로 결론 없이 15일 막을 내렸다.
소위 실패에 곧이어 15일 하오 열린 정무회의에서는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 다시 설전을 재연.
▲고흥문 의원=l백명 문제 양보한다고 해결되는 것 아니다. 상위 30명·정무위원 2명은 대세 확장이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김 총재가 재고해서 상위 결격자 6명을 취소하여 비주류에 돌리고 나머지 2명도 비주류에 주는 안 받아들여라.
▲김수한 의원=합법적으로 임명한 상위·정무위원까지 다 숫자에 넣어 마술을 부리면 되느냐. 부·차장을 대의원 시키는 것도 관례다. 과거에 자기 운전사를 대의원 시킨 사람도 있었지 않았느냐.
▲정해영 의원=상위30명 백지화하는 길 밖에 없다. 야당 통합 대비해서 광주·대전도 조직책을 비워 두어야 한다. 30명·2명 등 무효화 시켜 놓고 1백명 가르자.
▲이민우 의원=4개 사고 당부는 조직강화특위서 다 조사해 처리한 것인데 왜 또 문제 삼는가. 김 총재 안과 겨우 14명 차이 뿐인데 이럴 수 있느냐. 주류가 죄진 것도 없이 양보했잖나.
▲김형일 의원=①1백명을 주 30·비 62·중 8로 나누고 ②30명 중 하자 있는 6명은 취소하며 ③결원 승인 상위 9명은 임명하지 말기로 하고 ④영동 지구당을 인준해 주는 중재안을 제시할테니 받아 들여 달라.
▲김옥선씨=나는 김형일 의원과 함께 이 안을 마련했다. 이것 받아 준다면 김 총재에게 적극 협력할 용의 있다.
▲유치송 의원=개편 대회가 문제된 지구당은 한 두군데 밖에 안되니 인준 안건부터 장정하여 하나라도 빨리 처리하자.
▲김영삼 총재=어느 한 쪽을 죽이는 안은 안 된다. 쌍방이 이해할 수 있는 안이 나와야 한다. 나도 중대 결심해야겠다. 내일 또 정무회의를 열어 협의하자.
16일(일요일) 속개된 정무회의는 주로 김형일·김옥선 양씨가 내놓은 안을 놓고 논란을 폈고 막후에서는 숨가쁜 협상을 진행.
(주류는 P「호텔」에서, 비주류는 A「호텔」에서 각각 전략 회담을 한 뒤에 정무회의장에 나왔다)
▲김재광 의원=영동 지구당 개편 대회에서는 국회의원 두 사람이 폭행을 당하는 등 폭력 사태까지 있었지 않느냐. 대회가 잘못됐으면 다시 치르도록 해야지 폭력까지 합법화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해서야 되는가. 영동 문제는 따로 떼어 논의하자.
▲정해영 의원=비주류는 강경론이 있었으나 두 김씨의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영동 문제 가지고 또 시끄럽게 한다면 인준 문제 해결되겠는가. 사전에 이것을 합의해서 일괄 타결해야 한다.
전당대회 준비위와 당헌 개정안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
▲유치송 의원=문제 있었던 영동을 정치적으로나 숫자 놀음에 끼어서 얘기한다는 것은 안될 말이다.
사무처 못 믿어서 준비위 두자는 것인데 내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한 이것은 안 된다.(이때 「업저버」로 참석했던 이용희 의원이 『불법한 놈만 도와주는 것이 당이냐』고 소리질렀다)
▲김원만 의원=두 김씨안은 공명하고 불편 부당한 것이다. 주류가 무조건 받으면 잘될 것 아니냐.
▲김영삼 총재=내가 모든 걸 희생하면서까지 내놓은 안은 거부하고 또 이제 와서 또 숫자 놀음이냐. 1백명에 대한 숫자 놀음은 인준 문제 처리해 놓고 해도 된다.
▲고흥문 의원=김 총재가 용단을 내려 모든 것을 양보하면 원만히 해결되지 않느냐.(김 총재가 『인준 문제부터 상정하겠다』며 방망이에 손을 대자 고흥문 정해영 의원들이 놀라 일어서며 만류, 정회를 선포하고 막후 절충에 다시 들어갔다)
하오4시50분 정회가 선포된 뒤 주류의 이충환 이민우 김수한 의원은 중재안을 내놓은 김옥선씨를 붙들고 영동 지구를 안에서 빼 수정안을 내라고 종용.
주류측이 김씨에게 내놓은 것은 「영동 지구는 따로 떼어 진상 조사 특위를 구성해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내용.
주류측으로부터 이 내용을 전해들은 비주류는 2층 총재실로 내려와 긴급 구수회의. 김옥선씨가 송원영 의원에게 비주류측 사정을 묻자 송 의원이 『주류의 수정 요구가 이빨도 안 들어간다』면서 『일단 내일 다시 정무회의를 하자는 게 대부분의 주장』이라고 전언.
다시 4층 정무 회의실에 들어와 주류의 김 총재 이충환 김수한, 비주류의 고흥문 의원이 한쪽 구석에서 얘기를 나누었으나 진전을 못 봤다.
이충환 의원은 고 의원에게 『별 문제없는 지구당도 인준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영동만을 우선해서 처리해 달라면 잘 되겠느냐』고 은근히 압력.
그러나 고 의원은 『영동 문제 해결 못한다면 이철승 의원(문제된 영동 지구당 최극씨의 계파 「보스」)이 듣겠느냐』며 『여하튼 이 의원과 이 문제를 협의해 낼테니 내일 정무회의를 30분만 연기해 달라』고 요청. <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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