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거래에 관한 특례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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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당이 성안한 「무역거래에 관한 임시특례법안」은 두 가지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일본 의회의 견제품 수입 규제 입법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뜻과 일본과 같이 무역 불균형이 심한 나라와의 무역역조를 시정하려는 취지다.
무역거래 임시특례법안은 단기적으로 이 두 가지 취지를 달성하는데 유효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이고 임시적이란 전제에서만 할 수 있는 얘기다.
우리나라와 갈이 수출입국을 지향하는 나라에선 장기적으로 무역의 제한보다는 확대가 바람직한 만큼 무역 상대국의 대응 규제 조치를 유도하게 될 규제법은 장기적으로 하나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이렇게 강력한 수입규제의 성격을 먼 법률이 실제의 국제 거래에서 자주 입방아에 오르면 우리의 수출 신장에 이로 울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이 법의 재정은 그렇게 간단히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실사 법이 제청되더라도 실체의 발동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이렇게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이 법 개정에 착수한 것은 그 단기적 호응이 더 급박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토록 일본 의회의 견제품 규제 입법 움직임과 엄청난 대일 무역 역조에 대한 우리 조야의 우려는 심각한 저지다.
일본 의회의 견제품 규제 입법은 우리가 입을 물량적인 타격도 타격이지만 국가간의 신의를 저버렸다는데서 더 큰 분노를 자아낸다. 정부간 교섭을 통해「코터」협정을 체결해 놓고 또 다른 입법 규제를 하려는 것이 부당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나마 「코터」협정이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면 또 모르겠으나 견직물을 새로 규제 대상에 넣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측의 양보였던 처지에서이랴.
이렇게 우리의 양보를 바탕으로 성립된「코터」협정마저 일방적으로 무시하려는 것은 배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배신을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일본으로 말하면 우리와의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한 무역에서 66억6천여만「달러」를 남겼으며, 작년 한해의 흑자만도 11억5천만「달러」에 달한다.
이런 일본이 불과 2억「달러」남짓한 대한 잠사류 수입을 놓고 이중 삼중의 보호 장벽을 쌓으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강력한 대응 조치는 당연할 뿐 아니라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무역거래 임시특례법 제정의 불가피성이 노출된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만으로 대일 무역의 균형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법 제정은 하나의 출발에 불과하다. 우선 이미 전반적으로 수입이 억제되고 있어 필적으로나 양적으로 우리의 수입 탄력성은 크질 못하다.
따라서 총수입의 35%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일 경우 그 상당 부분을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 증가로 메우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가격면에서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수입 구조의 특징을 면밀히 검토해 개별 품목별로 수입 억제와 수입국 전환이 쉬운 것부터 순번을 매겨 장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단계에서 무역거래 임시특례법 제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법인만큼 일본 의회의 태도 등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신중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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