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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회적 지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대학교 교수 6백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교수 협의회를 열었다.
대학의 자주성과 자율성 문제, 처우 개선 문제, 연구 분위기 조성 문제 등에 관한 활발한 의견이 오갔다.
신현천 교수(공대)가 처우 문제에 대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은행이나 무역회사에 취직한 제자들이 17년 짜리 교수와 같은 봉급을 받고 있다』 면서 『이러한 사회 여건과 급여 체제 속에서 누가 학교를 지키고 학문을 연구할 것인가』고 물었다.
한우근 교수(문리대)가 연구 여건을 따졌다. 『참고 서적을 월부로 구입해야 하는 서글픈 풍토에서 학문적 성과를 바랄 수 있겠는가.』
남궁식 교수(공대)는 『생계를 잇기 위해 엉터리 연구 계획서를 제출하여 연구 조성비를 지급 받는 몇몇 교수 생태는 부정 부패』라고 자괴했다.
교수들은 이 같은 여건을 시정해 달라는 대 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5년 전의 일이다. 지금 얼마만한 상황 개선이 이루어졌을까.
서울대 이만갑 교수는 『수업이나 사회적 기여, 또는 개성·발전도 등 기준에 따를 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교수는 가장 좋은 직업의 하나로 간주되지만 교수 자신은 자기 직업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대학교수의 사회적 지위」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말했다.
중앙교육연구소(현재는 한국교육개발원에 흡수)가 70년초 대학 교수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수직에 만족하는 사람은 불과 17%였다.
「그저 그렇다」는 교수가 5%, 나머지 78%라는 압도적 다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만」의 이유는 교수의 사회적 지위가 온당치 못한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낮은 수입 등으로 인한 연구 여건의 불만이 20.9%, 신분 및 생활 보장이 약한 이유가 19.5%등 전체 불만 요소의 40.4%를 차지했다.
물질적인 풍요와 신분상의 출세가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사회 풍조에서 교수만이 초연하게 학문 연구에만 몰두할 수 없다는 심리적 갈등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수들은 사회적 지위가 경제면에서만 낮다고 생각지 않는다. 대학 총장이 문교부 장관의 담화문 한 장에 일사 분란하게 따르고 온갖 지시를 받아만 들일 때 교수들은 또 다른 단면에서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저락하는 것을 실감한다.
K대학교 사회과학 분야의 한 교수는 『대학교수가 사회적 존경을 받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다』면서 문교당국의 일방적인 대학 교육 정책도 이와 같은 풍토 조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정범모 교수(교육학)는 교수의 사회적 지위를 『교수는 상아탑의 존재이지만 국가 발전의 협조자·촉진자일 뿐 아니라 감시자·경고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그들은 대부분 자신을 상아탑의 테두리 안에 국한시킨다.
S여대의 K교수는 『대학 교수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학문 연구를 통한 사회 봉사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부 교수 가운데는 학문적 업적보다는 사회 활동을 통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유명해지려 한다』고 했다.
몇 년전 정부 평가 교수단에 속해 있던 여교수 몇 명이 청와대를 방문하게 해 달라고 신청했다. 이들은 방문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여교수는 유정회 의원이 됐다.
교수들이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사회 일반은 교수를 대체로 존경한다.
전국대학교육회가 『사회가 교수를 보는 눈』을 「세미나」로 다뤘다. 홍웅선 교수(연세대)는 사회 일반이 기대하는 교수가 어떤 것인지를 종합 정리했다.
▲학구적 성격이 강하고 1시간 강의를 위해 3시간 연구하는 스승의 자세 ▲인격 자체가 건전하며 정신병적인 징후가 없을 것 ▲자신과 자부심 ▲독창성 ▲포용력 ▲건강 ▲포괄적인 이해력 등…. 기대하는 것이 많은 것은 교수라는 직책이 존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얘기.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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