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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재산의 수익 재산 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상과 현실과 잡다의 혼효」(compositum mixtum) l7일자 국무회의를 통과한 『학교법인의 학교경영 재산 기준령』(대통령 영)은 이를테면 이 「라틴」어 법언을 연상케 하는 것이라 하겠다.
사학 재단의 기본 재산을 앞으로 5년안에 수익성 재산 위주로 전환케 하되 그 최저한도를 연간 학교 경상비(인건비 제외)의 10배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은 확실히 우리나라 사학들이 도달해야 할 최소한의 이상적 목표 제시임에 틀림이 없고, 여기 별다른 이의가 있을 리가 없다.
또 그 반면, 종래 모든 학교 법인은 실질 수익이야 있건 없건, 무조건 학교 운영비 총액의10%이상과 증·개축 때의 신영비 전액을 재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던 비현실적인 법령·행정지시의 과실을 스스로 인정, 앞으로는 실질 수익이 있는 법인에 한해서만 그 80%이상을 학교 전입금으로 충당케 하도록 한 것 등도 역시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법 현실을 법이 뒤늦게나마 추인하게 됐다는 점에서 아무런 이의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이 「기준령」이 갖는 이 같은 원칙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 법령이 그대로 실효성 있는 현실적 타당성을 주장하기에는 아직도 시기상조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 나라 사학들이 그 수익성 재산을 가지고 안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경제 여건 일반의 획기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 또 그러한 수익성 재산 전환을 가능케 하는 보다 적극적인 ,시책이 뒤따라야만 하겠기 때문이다.
74년 문교부 통계에 의하면 국민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이 나라 각급 사립 교육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본재산 총액은 무려 6조3천4백75억원대를 훨씬 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에 포함된 교지는 4천2백25만여평이라는 방대한 면적이며, 건물 평수만도 6백95만8천여평에 달한다. 그밖에 체육장·실습지·연습림 등 명목으로 된 기존 재산만 하더라도 2천8백90만평, 2조3천9백30억원(74년 싯가로 추계된 것)이라는 천문학적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가진 기본재산의 10분의1만이라도 수익성 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는 곧 전국 약7백60개의 각급 사립학교 법인이 매 법인당 평균8억3천4백만원대의 수익성 기본재산을 가짐과 동시에 매년 적어도 8천만원 정도의 과실 수입을 학교 운영비로 전입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풀이란 한낱 가공의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며, 실사 그 일부에 실현 가능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현유 사학 기본 재산의 수익 재산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건들은 하나 둘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비록 숫자상으로는 어마어마한 것일망정, 이들 기본재산의 대부분은 교지·체육장 등 직접 교육용으로 사용 중에 있는 것으로 도저히 처분이 불가능 할뿐 더러, 또 설사 일부 사학재단이 교지·교사 이외에 산림이나 임야 등 가처분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그 태반은 그 소재지가 이북에 있거나, 아니면 「그린벨트」 등에 묶여 있어, 사실상 방매조차 불가능한 처지에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교법인이 다행히 그 소요 기본재산 일부를 처분할 수 있었을 경우를 상정한다 하더라도, 그 판매 대금을 수익성 기본재산으로 전환하여 안정된 과실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도 매우 좁다는 것을 어찌할 것인가.
문교부는 장차 이 같은 수익성 기본재산의 형태 및 범위 등을 부령으로 정하리라고는 하지만, 학교 법인이 그 재산 가치를 유지하면서 안심하고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투자나 재산 활용의 방도는 극히 한정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경제 현실임을 어찌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은 요컨대 「학교법인 재산 기준령」의 정신과 그 지향 방향이 원칙적으로 매우 타당하되, 그것만을 가지고서는 여전히 사문화 될 여지를 처음부터 내포한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사학 기본재산의 수익 재산화와 그 실질 수익 보장을 위해 정부 당국은 필요하다면 좀더 적극적인 특례조치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며, 사학으로 하여금 보다 공명 정대한 방법으로 개인, 또는 독지 단체로부터의 기부를 받아 학교 시설의 확충과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데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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