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가져도 日 핵무장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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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일본 방위청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상황이 돼도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장관은 지난 26일 도쿄(東京)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단독 회견에서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제기된 '일본 핵무장론'에 대해 "1945년 핵무기 공격을 받아 엄청난 피해를 본 일본은 세계의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며, 핵무기 보유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방위청 장관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장관은 28일 방한,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핵.이라크 사태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시바 장관은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일본은 없다면 일.북 군사 균형이 무너진다"고 지적하고, "일본으로선 미국이 일본을 대신해 핵 억제력을 보장한다는 것을 한층 강하게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이나 협박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핵을 보유하려는 것 같다"고 말하고, "그러나 검토 결과 만경봉호 입항 금지.송금 금지 등 경제제재 방안은 법적으로 어렵거나 실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난 데다 북한을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가게 할 수도 있다"며 대북 경제제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장관은 특히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거리상 미국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같은 민족인 한국에는 발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은 일본을 겨냥할 것"이라면서 "가장 위험을 느끼는 일본의 입장을 한국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각료가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또 "북한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북핵을 해결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며 "한.미.일은 모두 북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에 반대하지만 인식과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부 간 조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쿄=오대영.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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