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우편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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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편물의 배달지연, 배달사고 등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우정사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작금의 일이 아니다. 실지로 늦어도 23시간 안에 배달해야 하는 서울시내만 하더라도 최고 41시간이나 걸리는 지각배달이 허다하며, 특히 산골 벽지나 도서지방에선 전국 60시간내 배달목표인 우편물이 보통 1주일, 늦을 땐 한달씩이나 걸려 배달되고 있는 형편이다.
우편행정의 문제성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이같은 현상은 우편물의 양적 증가에 따르지 못하는 집배원의 부족과 수취인이 우편물을 찾아가는 이른바 유치교부제를 타성적으로 질질 끌어오고 있는 당국의 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집계에 따르면 배달우편물은 69년의 5억5천만 통에서 75년에는 7억9천만 통으로 지난 6년간 44%가 늘었으나 집배원은 7천6백53명에서 8천3백21만으로 8%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정상배달을 위한 소요인원 만2천명에 비하면 자그마치 3천4백명이나 부족되는 숫자로서 서울시내의 경우 집배원 한사람이 하루 9백통을 배달해야할 만큼 업무량이 벅차다. 도시에서는 30㎏이나 되는 무거운 우편낭을 메고 고층「빌딩」을 오르내리면서 하루 평균30㎞를 걸어야하고, 시골의 경우엔 산을 넘고 내를 건너며 백리 길을 도보 배달하는 고역을 치러야 한다.
더군다나 이같은 사태를 부채질 한 것은 체신부가 조급하게 대무 집배원과 수습 집배원제를 폐지한 단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고정집배원이 질병·휴가 등으로 쉴 경우, 이 결원을 즉각 보충대신 할 대무 집배원과 집배원의 1할 가량을 확보해 둬야하는 수습집배원제도를 체신부는 5억원이라는 다지 많지 않은 예산상 이유로 없애버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비록 우정사업의 적자폭은 해마다 증가되어 그 채산성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긴 하나 그 밖의 부분의 막대한 사업수익 적립금이 경제개발 특별회계로 전용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집배원의 업무가 이처럼 고된 반면 급여는 너무 낮기 때문에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지 못해 엄격히 금지된 결배 등은 물론, 심지어 우편들을 불태워버리거나 땅에 파묻어 버린 사례까지 빚기도 하였으며 이직률 또한 해마다 늘어가 사태는 호전될 가망이 거의 없다.
집배원의 부족 등과 함께 벽지나 낙도의 늑장배달의 큰 요인으로 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유치교부제다. 교통이 불편하여 배달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배달우체국이나 일정한 장소로 출두해서 시민이 직접 우편물을 찾아가도록 한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만불득사해서 실시했던 임시적 편법에 불과한 것이었지 결코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 따라서 하루 바삐 시정·개선돼야할 낙후된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10년 동안이나 조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리어66년에 3백47개소이던 것을 76년 현재로는 5백54개소로 거의 갑절이나 늘게 했던 것이다.
우정행정의 퇴보와 태만으로 밖에 달리 볼 도리가 없지 않는가.
벽지와 낙도의 주민이라 하여 유치교부지인 큰 섬이나 물에 나가서 우편물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겪어야하고, 심지어 시각을 다투는 속달우편일지라도 한주일, 한달을 지나 받아봐야 옳단 말인가.
체신당국은 낙도·벽지지역의 늑장배달의 시정은 물론, 전반적으로 뒤떨어진 우정「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이제 무엇인가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때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편송달 속도 단축과 우편행정의 능률화를 위해 낙도를 순회하는 전용우편선을 마련해야 하고, 충분한 우편차량 확보 대책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집배원에게 더 많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배정, 도보배달을 줄여야하고 보수를 현실화하여 우편배달원들이 보람을 갖고 일하게끔 해줘야 한다. 그러나 우선 시급한 것은 대무·수습 집배원제라도 조속히 부활, 집배원의 절대부족과 결원을 메워야할 것으로 본다. 그밖에도 우체국과 우체분 국을 더 늘리고 태부족한 우체통을 보다 많이 설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들도 우편번호 기재·정확한 주소·문패 달기 등을 반드시 실현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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