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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앞장선 화전마을 가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해발 6백m의 지리산기슭(하동군청암하묵담리)에 사는 화전민 이정환씨(61)등 촌노(촌노)80명으로 조직된「학노」계 회원들은 서울구경을 위해 16년 동안 모아두었던 1백 만원을 지난5일 마을 가꾸기 사업 자금으로 내놓아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학노」계원들이 평생 소원이었던 서울구경을 포기하고 1백 만원을 선뜻 마을 가꾸기 사업에 희사한 것은 화전 촌인 묵계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 점점 마을이 황량해지자 후손들이나마 이곳에 정착하도록 만들어주자고 노인들이 뜻을 모은 때문.
「학노」계가 조직된 것은60년3월 초순 깨였다.
당시 이곳 주민들의 생계수단은 약초를 캐고 화전을 일구는 일이었다.『세상에 태어났으면 서울구경을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80명이 계를 조직, 매달 3백 원씩을 적립했던 것.
그동안 「서울구경」때문에 이들은 막걸리 한잔 값을 아꼈고 궐련 대신 호박잎을 말아 피우기도 했다고.
지난5일 상경준비를 마무리짓기 위해 계원들은 이씨 집에 모였다.
16년 동안 기다렸던 서울구경을 1주일 앞둔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계장 이씨는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무심하게 넘겨버렸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지난 2백년동안 화전 촌을 훌훌히 떠나버린 사람들이 전체 3백가구중 반이 넘는다는 사실과 앞으로 또 누군가 묵계마을을 등지게되면 이젠 50년이 못 가서 마을은 흔적도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우선 마을회관 겸 묵계리의 「심벌」로 「청학정」라는 이름의 회관을 짓기로 하고 기공식을 가졌다.
또 묵오리 고기부락에서 삼거리부락까지의 마을진입도로 3km를 폭 3m에서 5m로 넓히기로 하고 매일같이 온 동네 청년들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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