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심사 참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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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전사상 처음으로 심사과정이 공개된 25회 봄 국전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운영위원·초대작가·미술평론가·신문기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심사가 진행됐다는 것에 이번 국전은 2부 (비구상의 서양화 동양화·조각)와 4부(공예·건축·사진)에서 각각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수상작을 내지 않았다는 국전사상 특이한 기록을 세웠다.
국전행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1일. 응모작은 모두 1천 1백 84점으로 지난해의 1천 1백 24점에 비해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이중 유독 공예부문만이 2백 77점이 출품돼 지난해 70점보다 무려 4배에 가까운 성황을 보였다.
2부의 최고작품인 서양화 『사조 Ⅶ』(권훈칠)이 국무총리 상에 머물렀지만 심사가 가장 엄격했던 부문은 역시 서양화부문이라는 것이 중평. 응모작 4백 7점 가운데 입선작이 40점밖에 나오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60점 정도의 입선이 나오는 것이 상례였다. 이것은 남관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손동진·유경채·문학진·정창섭 씨 등 5명 심사위원이 각각 개성이 뚜렷한 작가들이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짐작할 수 있다.
남관 심사위원장은 『예년보다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특출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상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상을 정하지 않은 결정을 보면서 처음부터 줄곧 심사를 지켜본 변종관·김기창·서세옥 화백은 『참 잘했다』고 쾌재를 부를 정도였다.
동양화 부문은 이에 반해 약간 미진한 감도 없지 않았다. 작품을 본 참관인들은 서양화부문과 별 구별을 할 수 없어 비구상을 서양화와 동양화로 구분하는 정책에 우선 문제를 표시한다. 또 전반적으로 서양화 비구상부문에 비해 수준이 낮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 심사를 마친 위원장 신영상 씨는 『큰 발전이 없었다』고 애석해하면서도 외국 사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줄어든 것만은 다행한 일이라고.
이번 국전의 유일한 대통령상 수상작을 낸 공예부문은 우선 응모작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이채. 소재나 구상은 다양했지만 『특별히 좋은 작품은 많지 않았다』는 공예 심사위원장 김재석 씨의 말이다.
추천작가 추대를 둘러싸고 말썽을 빚었던 사진부문은 사진부문 심사위원 전원이 추천작가상 후보작품을 추천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들의 의견을 표시했다.
처음으로 심사를 공개하면서 참관인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기술적인 문제들이 지적되기도 했다. 첫째, 심사위원석과 작품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 그래서 구성이 강한 작품이 돋보이고 섬세한 「마티에르」가 무시되기 쉽다는 것. 둘째, 심사를 공개하는 바에는 어떤 심사위원이 어떤 작품에 찬·반을 표시하는지도 공개해도 좋으리라는 평도 나왔다.
한편 생각보다도 참관인사가 적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번 국전심사를 줄곧 지켜본 것은 운영위원 5명 내외, 비평가 2∼3명과 일간신문사 기자들에 지나지 않았다. 국전심사를 강력히 주장하던 사람들조차도 참관엔 무관심하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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