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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제해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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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럽」의 현상고정을 마무리지은 「헬싱키」안보회의 이후 「크렘린」의 독수는 다시금 「아시아」를 향해 뻗어오기 시작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크렘린」의 장기적인 목표는 미·일·중공에 대한 군사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의 지론인 「아시아」집단안보체제를 강요하여, 종국적으로는 소련 주도형의 「아시아」 판도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크렘린」은 최근 몇 해 동안 서 태평양 일대에 막강한 해군력을 진출시켜 왔다.
동 「아시아」에서의 미·일·중공의 군사력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태평양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소련 해군력이 일단 서 태평양의 한 귀퉁이를 제압한다고 가정하면, 그것은 중공의 뒷전을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제2전선 구실을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 7함대와 「미크로네시아」 일대의 미 군사기지, 그리고 「필리핀」·「오끼나와」· 자유중국· 일본의 기지들도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생명선인 중동과의 「시·레인」(해상 통로대)도 끊어질지 모른다.
한마디로 미일 안보체제를 기둥으로 하는 자유 「아시아」의 대소 억제력은 제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불행한 개연성에 대해 미국의 정책수립가들이 충분한 방비책을 강구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최근 소련의 태평양함대가 급속도로 증강된 데 반해 미국의 해상전력은 현저히 낙후되어 있다고 한 일부 전문가들의 경고는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0월말 현재 일본 방위청 분석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태평양 일대에서 미 해군은 항공기에 있어서는 소련보다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함정의 척수, 「톤」수 및 잠수함에 있어서는 소련이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해군력이 총 7백 55척, 1백 20만「톤」인데 비해 미국의 그것은 60%인 74만「톤」에 불과하다고 하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지역에 진출한 소련의 함정가운데 잠수함이 1백 25척이나 되며 그 가운데 30척은 핵 추진함이라는 점이다.
작년 말께의 중공 신화사통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소련의 「아시아」해군력은 『미 7함대의 2배나 되며, 태평양지역에 2천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1백 개 이상의 기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북방의 4개 섬에 건설된 군사기지는 「블라디보스톡」의 기지와 함께 『미국·일본 및 다른 「아시아」국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 했는데 그 『다른 「아시아」국가』란 아마도 한국의 기지를 포함하는 것이 아닌지 세밀한 분석을 요한다 하겠다.
어쨌든, 최근 몇 해 동안 「불라디보스톡」에서 발진한 소련의 함정과 잠수함 및 항공기들이 주야를 가릴 것 없이 기승을 부리며 동해와 대한해협, 그리고 제주도 근해의 해상과 상공을 넘나든다는 보도는 그대로 간과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만약 동해의 제해권이 상실된다면 그것은 태평양 전체에 해상 「도미노」현상을 파급시킬지 모른다는 점에서 미국의 비장한 대응자세를 요구하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늦기 전에 미국은 시급히 7함대와 태평양함대의 전력을 증강시키고 특히 대한해협의 대잠초계작전을 급속히 강화하여 지구 최대의 대양에서의 제해권을 확고히 수호해주기 바란다. 미국의 번영과 생존, 그리고 자유「아시아」의 안전은 앞으로 「시·레인」의 안전여부에 크게 의존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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