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8단, 누울 곳을 찾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2국
[제10보 (190~214)]
白·중국 王 磊 8단 | 黑·한국 曺薰鉉 9단

흑▲의 강수는 그대로 카운터펀치가 됐다. 그로기에 빠져든 왕레이8단은 황망히 190을 두었지만 이 수도 비몽사몽의 대악수다.

190과 191의 교환이 없었다면 196, 198의 끝내기는 선수가 된다. 그러나 191이 놓인 다음엔 받아주지 않아도 실전의 213까지가 보여주듯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

중국측 검토진은 사색이 됐다. 불과 10여분 전만 해도 승전무드였는데 왕레이8단의 자멸수가 몇수 나오더니 순식간에 지옥으로 돌변했다.

흑▲에 대해 '참고도1'처럼 두는 것은 흑2, 4로 연결. 또 '참고도2'처럼 백1로 끼우는 수는 흑2, 4로 꽃놀이 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왕레이를 마지막 1분 초읽기가 저승사자처럼 재촉한다.

왕레이의 이마엔 진땀이 흐르고 얼굴은 비통하게 일그러지고 있다. 202, 204, 206, 208 등은 모두 시간 연장책이다.

한수 둘 때마다 1분씩 시간을 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팻감 낭비여서 마냥 그러고 있을 수도 없다.

기록계가 "50초, 하나, 둘, 셋…"하고 재촉해오자 왕레이8단은 결심한 듯 214에 푹 끼웠다. 안되는 수지만 그는 이렇게 뼈를 묻을 곳을 찾은 것이다. (211=△)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