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연금생활 프놈펜의 외교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7일로써 공산화 된지 만 1년을 맞은 「캄보디아」에서는 과거의 생기는 찾을 길 없고 있다면 오직 강요된 황량한 모습뿐이다.
공산진영에서 온 외교관 등(서방은 없음)의 생활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공산국끼리 이면서도 외교관들에게 부여되는 면책특권이나 특혜는 고사하고 사실상 활동이나 이동의 자유도 제한돼 있고 드나들만한 식당이나 「호텔」·상점들도 없다는 것이 공산 「크메르·루지」의 승전 1주년을 맞은 「캄보디아」수도 「프놈펜」에서의 외교관생활을 묘사한 믿을만한 소식통들의 표현이다.
매일아침 대 여섯 개 밖에 안 되는 공산국 대사관에는 「캄보디아」 외무성에서 나온 대표가 그날의 필요한 물품이나 상황을 물어 상급당국에 보고한다. 그곳에서는 공산외교관들조차도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서는 그들의 공관가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식량도 각 대사관에 간접적으로 들여온다.
외교관들은 또 자가용차를 가질 수 없으며 언제나 사전에 승인된 목적지에 「캄보디아」정부가 제공하는 운전사에 의해 수송된다.
외교관들은 때때로 「프놈펜」에서 「크메르·루지」지도층이 베푸는 연회에 공식 초대되기도 하고 농촌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공산사회의 선전을 듣는 지방여행에도 오르는데 그것이 고작 현지 민과 접촉하는 그들의 생활이다.
지난달에도 「프놈펜」상주외교관과 일부 외국에서 온 5, 6명의 외교관이 「크메르·루지」지도층과 만났고 고적 「앙코르와트」사원의 폐허와 미국의 폭격을 받았다는 북서지방의 소도시 「시엠레압」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스웨덴」외교관 「카즈·부조르그」는 작년의 종전 무렵에 2백만명을 넘은 「프놈펜」인구가 10만 내지 20만명으로 격감되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캄보디아」에는 「쿠바」·북괴·「알바니아」·「유고」·중공·남북 「베트남」만이 대사관을 개설하고 있을 뿐이며 서방국가들이 가까운 장래에 공관개설의 제의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업저버」들은 말하고있다.
전시에 구「론·놀」정부와 외교관계를 유지했던 소련도 곧 공관을 재개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목격자들은 소련대사관건물이 「크메르·루지」의 보복약탈을 당했다고 전한다.
소식통들은 중공을 제외한 모든 공산국대사관이 1년여 전만해도 가로수가 우거진 아담한 주택지였던 이 「프놈펜」시 남부지역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캄보디아」의 맹주인 중공의 경우에는 외교관이 다른 공산국외교관들 보다 비교적 자유의 폭이 넓은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이들 외교관들이 외부세계와 접할 수 있는 길은 주 1회 연결되는 북경-「프놈펜」간 항공편뿐이다. 그들은 이 항공편을 이용, 식량을 비축하고 읽을거리와 일상품을 얻게된다.
「프놈펜」에는 의료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아「유고」대사는 심장병으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호송되기 위해 며칠동안 북경항공을 기다려야 했던 일도 있다.
「프놈펜」에서는 상거래도 형성되지 않고 있어 외교관들은 북경항공과 「캄보디아」 정부의 제한된 지원에 의존하고있다.
공산치하에서의 「캄보디아」주민의 참상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외교관의 생활도 과거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AP합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