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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첫선보일 물방울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물방울의 화가로 확고한 지위를 얻은 김창렬씨가 곧 동경전에 이어 서울전을 갖는다. 5∼21일 동경화랑에 이어 금자화랑에서「데상」전을 연후 5월20일부터는, 대작 2점, 1백호 4점, 50호 19점 등 총 25점의 물방울이 서울에서 전시된다.
그는 워낙 과작인 탓인지 전시회도 자주 갖지 못했다. 동경의 동시전에 이어 서울전은 그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으며 그만큼 작품제작에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이 단순한 물방울이 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최대한도로 물방울답게 보이기 위한 관찰에서 출발, 이를 양식화하고 색칠하게 되는데 물방울이 그려지는 화폭자체도 물체(대상)가 된다』고 설명되지만 그의 물방울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자연의 변화 같은 무한한 다양성이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물방울이 집합된 조화가 하나의 세계를 제시하며 이 세계에는 안개·비·소나기·폭풍우 등 모든 종류에서 나온 물방울이 내포되어있다.
『인간이 그의 작품 속에서 만나는 것은 인간 그 자체는 아니라 물방울과 같은 인간이다. 바로 이점에서 그 작품은 물방울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며 동시에 인간을 다시 성찰하게 한다. 사색적 추상 속에 물방울의 구체화된 형태-바로 이것을 김이 우리에게 제시했다』(아렝·보스케)는 평가는 우연이 아니다. 동경의 금자화랑에서 갖는 최초의「데상」전도『구도나 형체 면에서 화면보다 더욱 자동성이 부여되었다』는 것이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물방울이다.
서울전 때 10여년만에 물방울과 함께 귀국하는 김 화백은『가장 완벽한 물방울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의 아픔·고뇌·절규가 아로새겨진 물방울에서 이 모든 기억들을 초월한 새로운 경지의 물방울에 많은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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