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가꾸는 일은 건강에 좋고 돈벌이되는 일"|박대통령, 시흥군 의왕면서 식수, 독립가와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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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식목일인 5일 경기도 시흥군 의왕면 왕곡리 야산에서 청와대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오동나무 밤나무 잣나무 은수원사시 등 4천4백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박대통령은 돌아오는 길에·영애 근혜양, 영식 지만군과 함께 국립묘지에 들러 영부인 묘소에 분향한 후 모감주나무 50년 생과 목련 9년생 짜리를 묘역에 식수했다.
간편한「잠바」차림을 한 박대통령은 영식 지만군을 데리고 왕곡리 식수현장에서 김치열 내무장관, 손수철 산림청장, 조병규 경기지사, 모범독립가인 강정국(64·한국조림가협회장), 임종국(64·동부회장)양씨와 함께 식수를 했다.
박대통령은 강, 임 양 독립가에게『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건강에 좋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이라며『나무는 무리하게 심을게 아니라 잘되는 것부터 심어 차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대통령은 식수가 끝난 후 이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강정국씨가『농촌은 새마을운동을 열심히 하여 농촌사람들의 생활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고 말하자 박대통령은『농민들이 확실히 부지런해진 것 같습니다』고 했다.『마을의 도로 주변 같은 데를 보더라도 객토·퇴비준비 등을 많이 해놓고 있더군요, 논 같은 것도 과거에는 방치해두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은 배수로를 만드는 등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그러면서 주위의 논을 돌아본 박대통령은『이 논은 객토를 안한 논이니까 게으른 논이군요」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박대통령은『산기슭에「이탈리아·포플러」를 심으면 좋을 것』이라며「이탈리아· 포플러」나 은수원사시 같은 것은 앞으로 얼마라도 권장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박대통령은 또『나무는 그냥 심어놓고 제풀에 자라게 놔둔다고 해서 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하고『심은 뒤에 정성 들여 가꾸고 약도 뿌리고 해야 잘 자라게 마련』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다른 재주들은 비상한 편인데 나무를 심는다든지 잔디나 풀을 가꾸는 일에는 재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박대통령은『나무에 대해 우리 나라사람들이 흥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심고 나서 당장 본전을 빼자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박대통령은『나무는 자손대에 가서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심고 가꾸어야한다』『흔히 구라파에 가면 나무가 울창한 것을 보고 부러워하는데. 그 사람들은 조상들이 심고 가꾼 것을 오늘의 후손들이 즐기는 것이지 당대에 심어서 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
『지난 72년 겨울「크리스머스」무렵 1군단사령부에 갔을 때 오동나무에 씨가 주렁주렁 달려 있길래 농촌진흥청과 임업시험장에 일러 그 씨를 갖다 묘목을 만들라고 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으나 결국 성공하여 74년에는 10만 그루의 묘목을 가꾸어내어 고속도로변 95정보에 심었다.』박대통령은 오동나무 묘목을 번식시킨 계기도 공개했다.
박대통령은『「사우디아라비아」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얘기하는 것을 들으니까 기름은 좀 있으나 자연 자원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우리나라 기후여건과 나무를 부러워하더라』고 전했다.
임종국씨가『산의 낙엽을 2∼3년 동안 긁어가지 못하게 하니까 땅이 비옥해져서 산도 기름져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박대통령은『나무에 관한 법은 우리나라처럼 무른 데가 없다』면서『앞으로도 계속 철저히 입산을 통제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박대통령은 돌아오는 길에 들른 영부인묘소에서 줄을 이은 참배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학생들에게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지금 나무를 심고 오는 길이라 손에 흙이 묻었다』『바쁜 중에도 이렇게 찾아주어 고맙다』고 인사. 박대통령은 청와대에 돌아와 비서실 앞 정원에 모감주나무를 기념식수하고는 삽을 어깨에 메고 뒤뜰로 나가 목련나무를 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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