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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둑 천국 「그리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그리스」가 요즘 「유럽」 자동차 도둑의 천국이 되고 있다. 등록된 「그리스」 국내 승용차 12만대 중 3분의 1이 넘는 4만여대가 밀수품이고 이외에 4만5천대의 승용차가 가짜「넘버」를 달고 구르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들은 서독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도둑질해서 반입되거나 여행자들이 타고 들어왔다가 「그리스」에서 팔아 넘긴 것이 대부분인데 「그리스」 당국이 아무리 단속을 해도 밀수입 승용차 수는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
이들 밀수 차들은 「그리스」로 들어올 때 합법적으로 들어온다. 관광객이나 외국서 취업했다가 자동차를 갖고 일시 귀국하는 「그리스」인들은 암시장에 자동차를 팔아 넘기고는「패스포트」나 자동차의 도난 신고를 제출, 출국할 때 돈을 움켜쥐고 나간다는 이야기다. 외국인의 경우 출입국이 비교적 쉬운 점을 이용, 입국할 때는 소지 품목이 등록된 여권을 사용했다가 출국할 때는 개인 신분증을 가지고 나가고 있다.
이렇게 처분된 승용차는 「그리스」 내에서 지능적으로 합법적인 승용차로 둔갑한다. 밀수 자동차 취급 상인들은 우선 국산 중고차 판매처에서 헌차를 사들여 등록한 다음 이를 다른 동형의 승용차로 바꿔치는 수법을 사용한다. 정부에서 경매에 붙이는 중고차 가격은 기껏해야 1만2천「드라크마」 (20만원) 정도인데 이 자동차가 분해되어 다른 고급 승용차로 둔갑되고 난 뒤의 가격은 24만「드라크마」 (4백만원)로 껑충 뛴다. 「벤츠」「포르세」 등 4백만원이 넘는 고급 승용차는 열에 아홉은 도난 당한 승용차다. 국제적인 조직에 의해 이루어지는 이 고급 승용차 도난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는 서독, 하루 평균 20대 이상이 서독에서 증발돼 버린다.
도난 된 승용차는 하나하나 분해되어 「그리스」의 중고차 상인에게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판매된다. 따로 따로 상인에게 넘겨진 이 자동차는 다시 「그리스」에서 조립되어 수요자에게 넘겨진다. 이때 자동차 「엔진」의 고유 번호가 변조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러한 밀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4년 전 10명의 밀수 단속반을 조직, 조사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적발한 것은 고작 3백여건. 「그리스」의 한 신문은 이러한 단속 「템포」를 두고 지금의 인원으로 4만여대의 밀수 자동차를 가려내려는데 날짜로 쳐서 40만일, 햇수로 쳐서 1천3백년이 걸릴 거라고 꼬집고 있다. <독·슈피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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