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규제·운용엔 공정·신중 뒤따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1백27개 품목 1백63개 기업체를 독과점 품목 및 독과점 사업체로 지정함으로써 물가 안정 및 공정거래법 제정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를 이루었다.
동시에 독과점업체로 지정된 기업은 고삐를 맨 셈이 되어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적지 않은 제약을 받게 됐다.
정부가 독과점을 규제하려고 한 이유는 독과점 품목은 자유경쟁에 정상적 가격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해서 물가불안의 요인이 되어 왔다는 점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기업은 그 생성과정에서 독과점의 특혜를 적지 않이 받은 만큼 이 같은 조치는 언제고 와야 할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만이 모든 경제정책에 우선하는 것일 수만은 없는 것이고 모든 것은 국민경제라는 보다 큰 관점에서 보아야한다.
기업의 생산활동을 자극하는 것은 이윤추구 동기다. 그리고 이윤은 적정한 가격 구조아래서 가능한 것이다.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아래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된다면 이는 국민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보아 적지 않은 손실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독과점 사업에 대한 규제, 나아가 공정거래법의 운용에는 공정과 신중을 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결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삐를 쥐고있는 정부의 입장에도 본의 아닌 많은 제약요인이 있으며 규제를 받는 기업 측에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정부가 안고있는 문제로는 공정거래법의 시행을 맡고있는 기획원 물가정책국의 인원이 40명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인원으로 독과점 업체의 선정, 고시원가조사, 최고가격 지정 등 관할업무를 올바르고 공정하게 해 나가기를 기대할 수는 도저히 없다.
그런가하면 기업체는 규제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새로운 제품개발을 핑계로 규격을 바꾸는 등 잔재주를 부림으로써 공정한 법의 집행을 저해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의 자의와 횡포다.
정부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리고 재량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멋대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는 얘기도 되는 것이다. <신성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