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정 저·이봉래 역 해서암행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 책은 암행어사 박만정의 암행일기를 번역한 것이다. 1696년(숙종22년) 3월부터 5월에 복명할 때까지 65일간의 암행일기 서계 원단 별단호조복계로 되어있다. 그리고 박만정이 영광군수 재직시 부당한 상부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했다가 기관죄로 귀양한 기록, 무안현감 재직시 일기·가장·선군언행보유 등이 부록처럼 실려있다.
전체내용 모두가 어사와 수령으로 재임시의 기록 등이어서 당시의 사정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다.
먼저 암행어사 일기를 보면 어사의 신분을 감추고 행상이나 또는 친척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가장하여 황해도 일대를 돌면서 걸숙, 냉대와 거절·고난을 겪으면서 주민들의 의아한 눈초리와 발견될 뻔한 일도 겪은 것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령들의 치정·탐묵·민폐·제도의 불합리성 등에 대한 촌민들의 이야기는 물론 염탐하며 순행하는 도중에 체험한 바와 농촌사회의 생활상, 민폐 등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서는 당시 황해도 지방의 인정·민정·풍속·도적·민생·식량난·식용어류와 요리 맛·음식에서 서북지방을 통행한 외국사신 접대자와의 대화를 통한 그들의 성품·관리의 부패양상·갈포 피의 등의 의류관계·황당선의 우리어선 약탈사정과 그에 대한 대책사항·흉년기근으로 암담한 농민생활상 등을 자세하게 견문,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의 정치·경제·사회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임은 물론 암행어사의 임무를 이행하는데까지의 이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암행어사의 임명·출발과 실황을 보는 듯 하고 여비·구급약 준비·수행원 숫자와 마패의 모양까지 자세히 묘사돼 있다. 국사편찬위 연구관 이봉래씨가 번역한 이 책의 서술내용은 대부분이 기행문 형태이기 때문에 당시의 사회상은 물론 지명 등의 고증에 상당히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현종(국사편위편사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