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 연구소|인원·시설 빈약 연구활동 부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각종 범죄수사의 실마리를 풀고 형사수사상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법의학적·이화학적 감정을 맡고있는 곳이 내무부소속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 세검정 고개턱에 위치한 이 연구소가 지금의 명칭으로 재발족한 것은 55년3월25일. 일제시대 법의학연구소의 후신이다.
현재 소장아래 법의학과와 이화학과가 있고 법의학과에 병리조직실·혈청학실·범죄심리학실·형사사진실이 있으며 이화학과에 동물분석실·물리화학실·분석감정실·총기감정실을 두고 있으며 43명의 직원이 전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의 규모나 기능으로 봐서 연구소라기보다는 차라리 감정소라는 표현이 걸맞을 것도 같다.
주로 하는 일은 변사자의 검시와 해부 또는 혈흔 등의 물체검사·현장검사를 통해 사인을 규명하고 범죄에 관련된 총포화약류·예기·필적·사진·약품·위조서류·혈액형·타액·모발·인영·분비배설물·위장내용물·토류·유류·금속·지류 등의 감정을 하고 있다.
오수창 소장(53·약박)은 그동안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65년 부정진통제 속에서 합성마약인 「메사돈」의 자체검출로 마약중독자와 마약밀매 단속에 공헌한 것을 든다.
지난 한해동안 처리한 건수는 모두 7천7백건으로 대부분이 변사자의 시체 검사라고. 이렇듯 범죄수사상 또는 재판상 유력한 실증이나 근거를 확고히 해준다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일의 과학수사연구소치곤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중앙에 과학경찰연구소가 있어 이곳에선 순수한 연구만 전담하고 감정과 해부는 각 부나 현에 있는 과학수사 감정소와 감찰의무원이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업무와 유관한 연구논문은 40여편에 불과하며 올해는 『시체심장의 통계적인 고찰』 『유기린제의 효소학적 시험연구』 등 5편을 연구할 계획. 오 소장은 사건은 해마다 늘고 수법이 교묘해지는데 반해 기구·인원·예산상의 확충이 따르지 못해 연구업무는 물론 감정업무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하고 보다 효과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기구의 세분·전문화와 유능한 기술자의 양성 및 확보가 시급하며 사건의 신속·정확한 해결을 위해 최신식 정밀 이화학기기의 적기 도입과 대학에서의 법의학 교실의 설치로 해부담당의사의 양성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과학수사의 중요성에 비추어 궁극적으로는 범죄의 예방에도 기여하는 체제로 확대,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