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파리」의 명물 레스토랑「막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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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막심」이 3일 문을 닫는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왔던 요식업계의 최대 거물 「레이몽·튈리에」는 2년 전 반세기의 요리 「서비스」를 자축할 때 이미 은퇴를 암시한 바 있는데 이번 80회 생일을 맞아 정말 은퇴를 결정함으로써 「막심」이 문을 닫게된 것이다.
그는 은퇴 기념과 「막심」폐문을 영원한 기억 속에 남기기 위해 마지막으로 3백명분의 식사를 제공. 세계「레스토랑」사상 최대의 「디너·파티」를 연다.
「콩코르드」광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막심」주변에는 「디너·파티」참석자들이 워낙 거물들이기 때문에 「레이몽·튈리에」는 「프로방스」지방의 제자들까지 「파리」로 불러 올려 일생일대의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막심」최후의 만찬에는 요식업계의 거물은 물론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초대를 받았다. 또 밤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스타」들이 「막심」의 마지막 음식을 맛보게 된다. 「파리·오페라」좌의 「롤프·리베르만」을 비롯한 「스타」들, 「막스·에른스트」를 비롯한 화단의 「스타」들, 「마리아·카슬라스」를 비롯한 흘러간 별들, 「장·루이·바로」 등 연극계의 별들, 「잔·모로」 등 영화계의 「스타」들, 「피에르·페레」 등 「쇼」계의 별들, 이밖에 45명의 요리계 「스타」들이 초대됐다.
이날의 주인공은 물론 「튈리에」장본인. 그의 오른쪽에는 「빈」요리계의 전설적 존재인「마도·포엥」의 미망인, 왼쪽에는 「퐁피두」 전 「프랑스」대통령미망인이 자리를 같이하며 「파리」경시총감을 비롯한 고위 관리다수와 여야를 망라한 정치인들도 3백여명이나 초대객 중에 포함 됐다.
이 가운데는 각 3명씩의 영·독 요리비평가 및 2명의 「스페인」요리전문가들도 끼여 있다. 「튈리에」의 마지막 요리내용은 아직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충 소의 간요리, 쑥종류인 「타라공」에다 고급 버섯을 섞은 특수요리, 양의 허벅지 고기요리, 양의 엉덩이 요리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디너」가 끝난 후 「막심」은 회식자들에게 이날 내놓은 요리의 자료들을 그린 석판화를 선물로 주는데 세계 요리사상 불멸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튈리에」는 오는 5월에 회고록을 출판할 예정이다.
한편 「튈리에」의 손자는 현재 「프랑스」정계거물이 거의 모두 거쳐간 「프랑스」국립행정학교의 재학생인데 관리와 할아버지의 유업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문제로 고심했다고.
이 고민을 전해들은 「지스카르」대통령이 『집안의 유업을 이어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개인적 충고를 해 결국 앞으로 요리업계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아마도 「지스카르」의 생각은 「프랑스」에는 기술관료보다 「튈리에」같은 요리의 세계적 「스타」가 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여하간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요리를 지배해왔던 「파리」의 「막심」(따라서 동경 등 외국 지점도)도 흘러간 「스타」같이 역사상의 자취를 남기고 전설적 존재로서 식도락가의 가슴 속에 추억으로 남게됐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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