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끊임없는 교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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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는 개항1백주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해다. 나는 우리 나라의 「개항」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의 어두운 그늘을 지워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근대화의 기점으로 기록되어야 할 개항이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타율적이며 수동적으로 전개된 역사라는 사실 때문이다. 개항을 인정한 「강화도조약」이 불평등조약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이 강요된 것이었다 함이 명백하다. 올해는 이런 일을 새삼 되뇌어야 하는 터라 대학을 나와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는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실로 한둘이 아니다.

<대학졸업은 인생의 시작>
나는 먼저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사회진출에 대해 경하와 축복을 보내기에 앞서 개항 1백주년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음미하며 새로운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고 싶다. 새로운 각오란 수동적 역사전개의 오욕을 씻어버리고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역사의 주체의식을 지니자는 뜻이다. 이 같은 역사의식 속에 일해야만 모처럼 점화된 근대화의 불길을 더욱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다.
다음으로 대학의 교육이란 사회생활의 기초를 배운 것뿐이라는 겸허한 마음을 가진 사회의 초년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나온 것이 인생의 완성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다. 유가에서는 학은 성인에 이르는 도라고 했다. 현대감각으로 풀이한다면 「훌륭한 시민(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뜻이라 하겠다.

<정도 아닌 「요령」은 불리>
논어의 다음 귀절은 퍽 교훈적이다.
사이우즉학
학이우즉사
그대로 옮기면 「벼슬하여 힘이 남으면 배우고, 배워 힘이 생기면 벼슬하라」는 뜻이다. 「배움」과 「일」과의 불가분성을 강조한 말이다. 어느 직장에서든 해당 전문분야의 공부를 계속하는 직장인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곧 나타나는 법이다. 사회와 직장은 냉엄한 곳이라 계속하여 수련을 쌓아 가는 직장인의 수명이 장수한데 반해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에만 만족하여 안주하는 사람은 그 직장에서 결코 오래 용납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 그것이야말로 어떠한 도전에도 응전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세 번째로 우리사회와 직장은 소박한 시민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서양에 「뜻은 높은데 두되 착수는 낮은 곳에서부터」라는 격언이 있다. 사회에 첫 진출하는 젊은이들 가운데 허황된 꿈을 성취시키겠다며 정도 아닌 요령을 피우는 사례를 간혹 보게 된다.
사회나 그 젊은이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익지도 않은 과일을 소반 위에 올려놓아서야 되겠는가. 성공을 서두른다는 것은 당사자나 사회, 그 어느 쪽에도 이롭지 못하다. 나는 맡은 일에 착실하고 소박한 시민정신을 지닌 직장인에게 황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얼마든지 보아왔다.

<경계해야할 특권 의식·사욕>
네 번째로 공익과 질서를 존중하는 사람이 사회를 밝게 하고 직장을 발전시키는 인재가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싶다. 공익보다 사욕을, 질서보다 특권의식(특혜)을 추구하는 사회인의 공적수명이 절대로 길지 않다는 것을 단언할 수 있다.
끝으로 현실에 굴복하여 낙담한 나머지 생활의 의지와 용기를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자신의 소신을 향하여 전진하는 강인한 의지와 발산의 용기를 견지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김봉재<실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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