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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의 새 정치노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24일 동남아 국가연합 5개국은「발리」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역내의 정치·경제협력에 관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다.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9일 「방콕」에서 있었던 외상회의가 미리 준비한 안건에 따라 「아세안」의 공동 운명체적 연대와 결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외상회의가 준비한 안건은 「아세안」우호협력조약과 경제협력선언, 그리고 중립화촉진을 골자로 하는 「발리」선언이다.
우호협력 조약은 가맹 각국이 역외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과「인도차이나」및 중공과의 평화공존 추구를 핵심으로 삼을 것 같다. 이것은 71년「평화·자유·중립」을 내걸었던「쿠알라룸푸르」선언의 연장인 만큼 새로운 청사진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안건으로 추가된 2국간 안보 협력안에 따라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말레이지아」와 태국은 역내공산 「게릴라」에 대한 공동진압책과 군사활동을 보다 긴밀화할 것이다.
결국「아세안」이 의도하고 있는 정치외교구상 가운데 이 것만이 가장 확실하고 바람직한 실효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미·소·중공·「인도차이나」등 주변 강국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아세안」의 중립지대화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소련함대의 태평양 진출과 「하노이」의 비우호적인 태도, 그리고 미국의 중부태평양 기지강화를 두고 보더라도 이 지역의 비무장·중립화란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그 보다는 자체안보 강화방안에 바탕한 실리외교를 택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발리」정상회담의 주 의제도「중립지대」운운하는 추상적인 것보다는 경제협력 선언 쪽에 더 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선언은 식량·「에너지」생산, 역내 1차 상품을 원료로 하는 합작사업 촉진, 단계적인 역내 관세장벽의 절감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태국·「필리핀」이 주장하던 자유무역지대 설치와 공동시장 구상은 「인도네시아」의 반대로 약간 후퇴한 느낌이다.
5개국은 경제발전의 진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한다면 공업국「싱가포르」에는 유리해도 「인도네시아」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동남아 공동시장은 1990년까지 역내의 모든 관세와 수량제한을 철폐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
5개국이 하나의 시장으로 등장한다면 정체기운의 외국투자를 보다 활발히 유치할 수 있으리란 기대 속에서 이 청사진이 그동안 활발히 논의 됐었다.
작년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수뇌회담 예비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의제로 대두됐지만,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반대로 주춤해진 것이다.
그러나「아세안」각국의 경제성장률의 저하(6∼7%)와 인구증가 추세를 염두에 둘 때, 이 지역이 하나의 경제단위로 태동할 필요성만은 묵살되지 않는다.
공동시장을 이룩할 경우, 역내무역의 확대, 국내산업의 합리화촉진, 소비국에 대한 자원전략의 강화 등 이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기 2000년에 이르면 이 지역의 인구는 5억으로 불어나리란 전망이다. 이 방대한 인구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를 두고 볼 때 「아세안」의 안정과 본영은 자유「아시아」전체의 이익과도 일치한다 할 수 있다.
「하노이」와 「프놈펜」은 이 중요한 지역이 제2의 「인도차이나」가 되기를 기대할 것이 뻔하다. 이에 대한 확고한 대책 수립이야말로 「발리」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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