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시, 군복 벗고 … 이집트 대선 출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의 첫 민주 선거로 당선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했던 압델 파타 엘시시(60) 국방장관 겸 육군참모총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엘시시는 26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오늘이 군복을 입는 마지막 날이지만 공포와 테러가 없는 이집트를 만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7일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에게 사임계를 제출했고 세드키 소비 장군이 국방장관 겸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무르시 전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에 임명된 지 1년7개월,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지 8개월 만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집트 국민들이 혼란에 빠진 이집트를 안정시킬 강한 리더십을 그에게 기대하고 있으며 쉽게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국영 여론조사기관 바시라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2062명)의 51%가 엘시시를 지지했고 나머지 45%는 ‘지지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영국 BBC방송 등은 “엘시시에 대한 지지가 1952년 쿠데타로 파루크 왕정을 무너뜨린 가말 압델 나세르(1918~70) 전 대통령에 버금간다”고 전했다. 나세르는 수에즈운하를 국유화하고 중립주의·비동맹주의 외교정책을 추진해 이집트인에게 강한 지도자로 존경받고 있다.

 1954년 카이로에서 태어난 엘시시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북부사령관 등 군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아랍의 봄’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가 무너진 2011년에는 21명의 군 수뇌부로 구성된 최고군사위에 최연소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탄압하면서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다.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대부분은 투옥됐다. 이집트 법원은 지난 24일 살인과 테러 혐의로 무슬림형제단 단원 52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919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이다. 26일 카이로대학에선 대규모 사형 선고에 항의하던 학생 1명이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이집트에 연 20억 달러(약 2조1400억원)를 지원하는 미국의 버나뎃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집트 선거에서 개별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선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집트 대통령 선거는 오는 6월께 치러질 예정이다. 2012년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진보 정치인 함딘 삽바히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이정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