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 쏠림의 결과물이 히트펀드다. 한때 ‘국민펀드’로 불리기까지 했던 히트펀드들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히트펀드의 원조는 바이코리아펀드다. 1999년 ‘바이 코리아(Buy Korea·한국을 사라)’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단숨에 국민펀드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 뒤 세 번이나 이름이 바뀌었다. 운용사가 다른 기업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코리아레전드펀드’란 이름으로 운용 중인 이 펀드의 규모는 809억원. 설정 이후 한 달여 만에 4조원을 돌파했던 화려한 과거와는 대비된다. 최근 3년 수익률은 -12.74%, 최근 1년은 -3.8%로 성과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2007년 출시 당시 줄을 서서 샀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 역시 한때 60% 넘는 손실률을 기록하며 ‘반토막 펀드’란 별명을 얻었다. 최근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손실을 많이 회복했지만 지난 26일 현재 설정 이후 수익률은 -8.06%. 운용을 시작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원금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운용순자산은 1조원이 넘는다. 업계에선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질 못해 덩치를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트펀드들이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운용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종목을 사고파는 데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이사는 “대형펀드가 되면 특정 종목을 팔면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 운용에 제약이 많다”며 “펀드가 커지면서 초기의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 수익률이 급감한다고 해서 ‘1조원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인기 있는 펀드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인기 있는 펀드는 최근 수익률이 좋은 것들인데 지금 성과가 향후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률 상위권 펀드 중 지금 시장 상황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안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