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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경매 찜하고, 배 타고 어장 훑고 … 셰프들 바쁘다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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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배한철 총주방장이 경남 통영에서 막 배달된 참돔을 점
검하고 있다. (2) 더 플라자가 고른 4월 제철 식재료 강굴. (3) 롯데호텔서울은 강원도 주문진 앞바
다에서 잡아 올린 털게를 봄철 요리로 선보인다.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는 건 요즘 특급호텔 주방장에게 요리 솜씨만큼이나 중요한 업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식재료 TF는 총주방장을 포함해 40명에 이르고, 롯데서울호텔의 구매팀 직원은 한 달에 한번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이태 전부터 매달 제철요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더 플라자는 올해 식재료 구매예산 한도를 아예 없앴다. 서울 특급호텔 3곳의 봄철 식재료 구입요령을 들었다.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는 업소 연락처와 지난 19일 기준 현지가격도 넣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강원도 송강농장이 재배한 냉이·두릅 등 제철 채소를 사용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눈은 흐리멍덩하지 않고 선명한 것, 만졌을 때 탄력이 있고 비늘이 손에 묻어나지 않는 것을 고릅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식음업장을 총괄하는 배한철(59) 총주방장이 소개한 신선한 생선 구별법이다. 봄이 되면 배 총주방장은 평소보다 일이 두 배 많아진다. 각 식음업장 요리사, 구매 담당자, 위생관리 담당자로 구성된 TF 40명을 이끌고 전국 식재료 탐방을 나선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전체 구매예산 중 50%가 식재료 구입에 쓰인다.

호텔 안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기도 한다. 주 3~4회 모바일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독점 거래를 맺은 경남 통영의 중매인이 새벽 경매장에 나온 물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전송하면 셰프가 구매를 결정한다. 2012년부터 통영 수협 견유위판장 77번 중매인 신인조(56)씨와 도다리와 참돔을 거래하고 있다.

자연산 톳은 완도 청산바다참전복영어조합법인과, 두릅·더덕·냉이 등 제철 채소는 송강농장과 계약을 맺어 재배한다. 제주도와 강원도에 농장이 있는 송강농장은 총주방장이 직접 고른 종자를 친환경 방식으로 기르고 있다. 인터컨티넨탈의 대표 디저트 코너인 딸기 디저트 뷔페에 사용하는 딸기는 전남 담양군 봉산농협 봉산딸기 유통사업단을 통해 들여온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쑥과 미나리 즙을 먹고 자란 명품 딸기다. 봉산농협(061-382-6781) 뒤 선별장에서 딸기를 구입할 수 있다. 최상품 한 박스(2㎏) 3만원.

롯데호텔서울의 멍게비빔밥.

롯데호텔서울

“모든 정보는 새벽 경매 현장에서 나옵니다.”

거래업체 배를 타고 수시로 바다로 나간다는 롯데호텔서울 구매팀 정현욱(34) 사원의 말이다. 정씨는 “중매인은 지역 상권과 유통망을 잘 알고 있는 터줏대감”이라며 “어느 시기에 어떤 고기가 좋은지 중매인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에도 나흘간 강원도 강릉 주문진과 경남 사천 삼천포에서 배를 타고 어장을 둘러보고 왔다.

롯데호텔서울의 식재료 구매 TF는 책임 주방장 이상 2명과 구매 담당 직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리 쪽에서 원하는 재료나 요리 주제를 말하면 구매팀이 전국 산지 중에서 두세 군데를 추리고, TF는 매달 사나흘 일정으로 답사를 간다. 지난해 롯데호텔의 구매예산은 936억원이었는데 이 중에서 280억원이 식재료 구입에 들어갔다. 지난해 구입한 식재료는 모두 2834가지였다.

2011년부터 롯데호텔서울과 털게를 거래하는 주문진수협 중매인 37번 손경식(54)씨는 경력 20년차 베테랑이다. 손씨가 매년 이맘때 제철을 맞은 털게 50㎏를 호텔에 공급하면 호텔은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털게찜을 만든다. 삼천포의 덕명수산은 롯데호텔부산이 추천했다. 호텔은 2012년부터 해마다 도다리 20㎏을 들여와 모모야마에서 도다리쑥국을 끓인다.

한재미나리는 경북 청도군 특산품을 취급하는 네이처팜(054-371-6561)과, 멍게는 통영 멍게수하식수협(055-641-2923)과 직거래하고 있다. 한재미나리는 청도 현지에서 1㎏ 1만원에, 활멍게는 통영에서 1㎏ 6000원에 살 수 있다.

더 플라자

“우리 호텔은 식재료 예산에 한도가 없습니다. 좋은 식재료는 고객이 먼저 알아봐요.”

더 플라자 조리팀 조용기(38) 매니저가 식재료 예산을 묻자 자신 있게 답했다. 더 플라자는 2012년 ‘더 플라자 고메 크루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는데, 1년 일정을 확인하는 매니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특수 식자재 TF를 꾸렸다. 구매 전문가(2명), 주방장(2명), 메뉴 운영기획 담당자(1명)가 매달 모여 식재료 품평회를 열었다. 중개인, 농협 직원 등 여러 인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음식박람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TF가 식재료를 선정하는 기준은 맛·가격·계절성·희귀성·적용 가능성 등 다섯 가지다. 다른 호텔이 선정하지 않은 식재료 위주로 선정하고, 일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을 고집하기도 한다. 아무리 귀한 재료도 제철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이 기준에 적합한 식재료를 추린 다음 산지를 방문해 계약한다.

TF는 올봄 메뉴로 강굴·새조개·주꾸미를 골랐다. 지난해 봄 일식당 ‘무라사키’가 강굴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지난해 진행한 프로모션 중에서 반응이 가장 좋았다. 강굴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구에서 나는 특산물로 산란을 앞둔 3~4월에 가장 맛있다. 강굴 채취권을 가진 전남 광양 망덕포구의 청아수산(061-772-4696)이 거래처다. 강굴 현지가격은 10㎏에 3만원. 새조개는 전남 여수 해조법인 신율상회와, 주꾸미는 전북 군산 운명수산과 거래한다.

글=홍지연 기자
사진=각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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