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전문 학교 교육|「재수생」 거론을 계기로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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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마다 누적되는 대입 재수생의 문제와 함께 전문 교육에 관한 사회의 관심은 점차 커 가는 것 같다. 특수 교육을 전담하는 전문 학교는 오히려 사회의 인력 수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실제로 예비 고사에 낙방한 학생들은 이미 이런 교육 기관에 흡수되고 있다. 우리 나라 전문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알아보았다.
고교 졸업생이 진학할 수 있는 전문교는 현재 전국에 모두 87개교가 있다. 주간 69개교, 야간 1개교, 주·야간이 17개교다. 이들 학교가 문교부로부터 인가 받은 학급 수 (74년도)는 1천93학급 (주간 9백42, 야간 1백51)이나 실제 편성 학급 수는 1천66학급 (주간 9백16, 야간1백50)으로 학생 수는 4만6백61명 (여자 1만4천20명)이다.
그러나 입학생이 매년 2만2천3백명 (여자 6천5백19명)에 이르나 졸업생은 그 3분의 1 밖에 안되는 7천7백86명 (여자 3천2백89명)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 학교를 마치면 자격 시험을 통해 대학 3년에의 편입이 가능하지만 이같이 재학 중 탈락 학생이 많은 것은 실습 시설 등 전문 학교로서 갖춰야할 시설이 부실하거나 전문 학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설을 보면 국립이든 사립이든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가 기준에조차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마다의 시설 수준이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학생 실습실의 시설이 보 잘 것 없고 어떤 학교는 교수 연구실조차 없는 실정이다.
문교부의 75년 통계 연보에 따르면 시청각 교재 및 기재로 영화 「필름」을 확보하고 있는 학교가 34개교, 「슬라이드」는 67개교, 줄사진 (Filmstrips)은 12개교, 녹음「테이프」는 67개교, 음반은 64개교, 표본은 51개교, 융판 자료는 14개교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농업·공업·수산·해양·의학·약학 등 전문 분야에 따른 통계이기 때문에 전체 학교 수와 비교 할 수는 없지만 많은 학교가 아직도 기본 실습 기재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 학교의 시·도별 분포를 보면 서울 12 (사립 11)·부산 9 (사립 7)·경기 11 (사립 8)·강원 5 (사립 1)·충북 2·충남 6 (사립 1)·전북 6 (사립 4)·전남 11 (사립 6)·경북 15 (사립 11)·경남 8 (사립 3)·제주 2 (사립 1)로 지역간의 불균형도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 낙방생들을 전문교에 수용하게 될 경우 각 학교의 시설 보강 및 시설 평준화와 함께 지역간의 학교 편중 현상도 조정되어야 할 것 같다.
전문 학교의 교원 부족도 큰 문제. 87개교에 근무하는 교원 수는 조교까지 포함, 2천5백29명으로 1개교 평균 29명 꼴. 이중 정교수는 2백8명. 부교수가 3백23명, 조교수는 5백72명이며 전임 강사가 8백41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학위별로 보면 박사 학위 소지자는 49명 밖에 안되며 석사 학위가 5백77명이고 학사 학위가 1천4백52명으로 전체 교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대 김인회 교수 (교육학)는 지금이야말로 교육 철학이 지식의 범주에서가 아니라 교육 운영에 응용되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전제, 전문 학교를 늘려 「붐」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문 학교의 시설을 확장시키고 좋은 시설을 갖춘 대학교가 야간 전문 학교들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재수 기간의 제한은 자유 경쟁 사회에서 불합리한 것이라고 말하고 차라리 현행의 대학 입학 예비 고사를 대학 정원 비율 선발제에서 자격 고사제로 변경, 전문 학교 지원 학생들에게 심리적 열등감을 없애주어 재수생수를 자연스럽게 감소시키는 정책이 바람직스럽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홍익 전문 학교장 김승제씨는 당초 전문 학교가 중공업의 산업 기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했으나 사회의 인식 부족과 대내적으로도 학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시설 면에서의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경동 고교장 김상준씨는 모든 제도에 앞서 학력 지상주의의 사회 풍토가 개선되어야한다고 전제, 전문 학교가 당장의 재수생 누증 현상 문제 해결에 돌파구 구실을 해줄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처방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꼭 대학을 나와야만 한다는 사회 구조가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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