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졸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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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위 어린이는 국민학교6년 과정을 마쳤으므로 이에…』. 바닥첫째를 한 어린이나 우등생이나 졸업장은 똑 같다.
낙제조차 없는 국민학교 과정에서는 어느 어린이나 6년 과정을 마치면 졸업장을 타기 마련이다. 그런 것을 굳이 전 과정을 3년 이내에 마치겠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한 어린이가 2년 안에 국민학교6년 과정을 마쳤다. 교장선생님은 학교의 자랑이라 여겼을 것이다. 특별대우도 많았을 것이다. 2학년에서 6학년으로 껑충 월반을 허가했을 때는 교육자다운 신념도 대단했을 것이다.
6년 과정을 마쳤으니 졸업장을 안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 연한을 못박은 『관계규정』이 문제였다. 뒤늦게나마 교장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관계규정』이 있는 한 사법부로서도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관계규정』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 놈의 신동소리에 잠시나마 놀아났던 게 잘못일 뿐이다.
그 어린이가 5백 명에 한 명 꼴로 나올까말까한 신동이었다고 하자. 그를 위해 예외를 둔다면 나머지 4백99명이 희생된다. 또 한 명에게 우월감을 주는 일보다도 4백99명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는 게 더 큰 일이다.
도시 우리네 학교란 고루 가르치는 곳일 뿐이다. 철저하게 민주화된 곳이다. 잘났다고 특별대접을 바랄 수는 없는 곳이다. 미국에는 천재교육을 위한 학교가 따로 있다. 전국에서 IQ가 1백40이 넘는 아동들 중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특수학교가 없다고 해서 『관계규정』을 어겨도 좋다는 법은 없다. 도시 천재란 학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J·S·밀」은 자기 아버지 「제임즈·밀」의 교육으로 천재가 되었다.
「모차르트」도 스스로의 출세를 포기한 아버지 「레오폴드」의 헌신적인 노력의 도움을 받았다. 「버트런드·러셀」도 국민교를 거치지 않고 집안에서 배웠다.
신동 송군은 12살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가 되어야 중학 검정시험이라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쁠 것은 없다. 「아인슈타인」도 평범한 국민학교 생활을 고스란히 보냈으니 말이다.
정말로 천재라면 한 두해 기다린다고 사라질 것은 아니쟎겠는가. 또 공연히 외톨박이가 되어 어린이의 상하기 쉬운 심정이 결딴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린 교장의 결단이었을 것이다. 월반시킨 것이 방정맞고 졸업 취소한 것이 경박하다는 힐난을 받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초에 천재를 학교에 맡기는 게 잘못이었다. 집안에서 길러야 옳았다. 천재를 기를 능력이 없다면 천재아들을 가질 자격도 사실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 이런 역설을 아무리 펴봐도 앞길이 막힌 한 신동의 슬픔을 달래주기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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