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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비·교복값·해외인턴까지 … '공짜' 공약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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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교 무상급식에 무상교복, 무상 해외인턴, 무상 급전대출에 100원 택시까지.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전국에 ‘무상 공약’이 속출하고 있다. 광역·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은 물론 교육감 후보들까지 가세해 ‘무상 잔치’를 벌이고 있다.

 야권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무상버스’를 공약으로 내세운 뒤 불이 붙었다. 전북지사를 준비하는 송하진 전주시장은 무료 콜버스를 내놨다. 벽지 마을에 일반 정규노선과 다르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콜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광주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양형일 전 민주당 의원은 초·중·고생에게 대중교통비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전남지사 예비후보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농어촌 노인들을 정류장까지 수송하는 ‘100원 콜택시’를 제안했다.

 경쟁자인 같은 당 주승용 의원은 전남의 섬 주민들을 위해 여객선 운임을 차등 적용하는 여객선 공영제를 내놨다. 대전시장 예비후보인 새정치연합 선병렬 전 의원이 대전순환고속도로 통행료의 전면 무료화를 제시했다. 민주당 출신인 정태영 목포시장 예비후보는 학력에 관계없이 실력 있는 청년들을 해외 우수 기업에 인턴으로 보내겠다는 ‘무상 해외인턴’을 제시했다. 지역 상가에 대한 무상 급전대출 의사도 밝혔다.

 새누리당도 예외가 아니다. 대전시장에 출마한 새누리당의 이재선 예비후보는 ‘일자리 20만 개 창출’을 공약으로 발표하며 대전산업단지 등의 부지를 무상임대하는 공약을 내놨다. 권영진·배영식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이재웅 구미시장 예비후보는 범위를 넓혀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남시장 김인겸 예비후보는 온라인 무상교육안을 내걸었다.

 교육감 후보 가운데 대전교육감 선거에 나선 정상범 전 대전시교육위원회의장은 무상교복과 무상교재를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의 김천문 제주도의원 후보도 중·고교 학생들에게 무상교복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공약을 냈다.

 무상 공약 중엔 사회적 약자나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내용도 일부 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상이라고 무조건 죄악시하기보다는 공약으로 혜택을 보는 대상과 재원 조달 방법 및 비용 대비 효과를 먼저 따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름대로 재원 마련 방법이나 ‘무상’의 이유 등을 제시하려 한 후보들도 있다. 이낙연 의원의 ‘100원 택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하는 교통모델 발굴사업 등에서 국비 지원을 받고 올 하반기 정책 공모를 거쳐 비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재원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찾기 힘들다. 각종 무상 공약은 지자체 재정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 자칫 장밋빛 기대만을 심어줄 수도 있다.

 중앙당이 ‘공짜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사립대는 최고 103만원, 국·공립대는 최고 40만원에 이르는 대학입학금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발표하자 새누리당은 25일 국가건강검진 대상을 20·30대 전업주부로 확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부담을 늘리지 않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중에 누군가는 부담을 져야 하는 만큼 무상이란 표현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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