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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빠진 나스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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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성공한 벤처의 상징인 미국 나스닥이 예사롭지 않다. 바이오·기술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시장 전체가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2% 하락한 4226.39로 거래를 마쳤다. S&P500(-0.5%), 다우존스지수(-0.2%)와 비교해도 낙폭이 크다. 넷플릭스(-6.7%), 페이스북(-4.7%), 테슬라(-3.8%), 구글(-2.2%) 등 내로라하는 대표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나스닥을 주저앉혔다.

 기술주 약세의 진원은 질리어드 사이언시스다. 미 하원이 “새로 개발한 C형 간염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회사 측에 소명을 요구하면서 지난 21일 질리어드 주가는 5% 하락했다. 하원으로선 저소득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C형 간염의 치료제 한 알이 1000달러나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 랜드 워런 워런파이낸셜서비스 수석투자담당은 “바이오주와 기술주가 그간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조정이 필요한 국면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 주식 상승에 힘입어 나스닥은 지난 1년간 30% 올랐다. 다우존스지수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성장 가능성에 기반해 상승해온 일명 ‘스토리주’의 약세는 한국으로도 번질 수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9% 넘게 상승한 네이버는 미국 기술주 상승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종목”이라며 “네이버 같은 스토리주들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스닥의 바이오·기술주 조정이 장기간 계속되진 않을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 있는 데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다만 2분기 들어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이들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기민감주의 성과가 좋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윤서 연구원은 “코스피가 부진하면서 한국에서도 성장 기대감에 기댄 종목들이 많이 올랐다”며 “2분기에는 고평가된 이들 주식보다 대형주·경기민감주 위주의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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