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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보유 금 매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일 「파리」에서 열린 IMF 10대 부국장 상 회의는 최근 잇달아 개최되었던 몇몇 국제회의의 유명무실한 결과와 비교할 때, 큰 진전을 나타낸 회의로 간주될 수 있다.
10대 부국장 상들은 연내의 과제이던IMF보유 금의 6분의1을 매각, 빈국지원을 위한 특별신탁기금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회의는 또 다른 6분의 1을 IMF에 금으로 출연한 나라들에 반환키로 하는 한편, 「랑뷔에」회의에서 합의된 미·불 통화 협약을 승인했다.
이 같은 일련의 합의는 우선은 석유가 대폭인상이후 각국이 당면하고 있는 유동성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의 빈국 내지 제3세계에 대한 개발원조의 필요성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저간의 사정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여 9월의 IMF총회에서 제기되었던 보유 금 처분문제는 각국의 외환 또는 금 보유액이 다르고 환율제도의 상리에 따른 이해득실이 각각 상충되어 매각방법이나 가격 문제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었다.
결국 부국들은 대국적인 명분에서는 빈국개발기금의 조성을 내세웠지만 실상으로는 수년내의 통화전쟁에서 저마다 「이니셔티브」를 잃지 않으려는 전통적인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IMF총회에서의 이같은 부국들의 경직적인 입장고수는 산유국이나 제3세계의 점증하는 영량력에 대처하는 선진공업국들의 능력을 크게 제약하게 된 것도 주지된바와 같다.
「랑뷔에」정상회담은 이같은 제약의 극복이 불가피해진 현실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포괄적인 이해조정회담이었다.
이번의 장상회의에서 이루어진 합의는 비록 그것이 통화문제에 국한된 것이고, 그 성립과정이 함축하고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고려에 넣더라도 매우 주요한 진전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그것은 원칙적인 「랑뷔에」선언에서 한발 더 나선 최초의 선진공업국간의 실질적인 합의이기 때문이다.
더우기 현재 세계경제가 당면하고있는 제문제, 즉 「인플레」와 경기 침체가 근본적으로는 국제통화체제의 불안정에서 연유되어 온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 이번 합의는 국제통화문제의 해결을 위한 첫 노력인 동시에 안정적인 국제통상·자본이동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부국장상들의 이번 합의가 보유 금 매각에 의한 유동성확보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개발 국들의 절박한 원조필요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보유금 매각에 의한 개발기금규모자체가 45억「달러」에 불과하여 석유파동 이후의 급증한 비산유개도국들의 재정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의 신탁기금이 명목상의 기금이 아니라 국제적인 유동성의 편재를 시정하고 개도국들의 국제수지압력을 덜어줄 수 있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선진국들의 기금출연이나 여타 국제기구를 통한 원조기조의 확보가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원생산국들의 이해가 직결되어있는 1차 산품의 수출소득보상기금이나 원자재가격의 「인덱세이션」제도 등이 모두 새로운 국제경제협력체제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안될 핵심적인 요소들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선진국간의 협의과정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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