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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살리고 노점여인 역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5일 상오9시30분쯤 서울동대문구 면목4동367앞 횡단보도에서 이수군씨(53·여·노점상·서울 동대문구 면목4동371의 78)가 차량홍수속에 갈팡질팡하던 이웃 김형대씨(45·회사원)의 외동딸 소라양(8·금성국교3년)을 구한 뒤 자신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서울 5사6559호「버스」(운전사 이세택·42)에 치여 숨졌다.
이씨는 소라양이 중앙선 한복판에서 서성대고 있는 것을 목격, 달려가 손을 붙잡고 건너다 과속으로 달려든 「택시」의 앞부분에 부딪쳐 2차선에 함께 넘어진 뒤 「버스」가 돌진하고 있는 것을 발견, 급히 소라양을 인도쪽으로 던지고 자신은 미처 피할 겨를 없이 「아스팔트」위에 쓰러진 뒤 왼쪽 앞바퀴에 깔려 숨졌다.
소라양은 인도보도「블록」모서리에 다리를 부딪쳐 오른쪽 다리에 전치3주의 골절상을 입고 청량리위생병원에 입원치료중이다.
소라양을 간호하고 있는 아버지 김씨는 『노점상아주머니의 어린이 사랑하는 갸륵한 마음씨가 내 딸을 살렸다.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숨진 이씨는 10만원짜리 삭월세 단칸방에서 1남1녀를 뒷바라지하며 사고지점앞 인도에 노점을 차리고 군고구마·신문·주택복권·껌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씨는 평소 이곳에서 1km떨어진 중곡초등학교 등 국민학생들의 통학길을 돌보아 어린이들로부터 「교통아주머니」라는 별명을 들어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16일 이씨를 업무상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달아난 「택시」를 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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