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호주」…3년만의 복귀-총선 결과와 「프레이저」정권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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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호주는 3년만에 다시 보수노선으로 복귀했다. 72년 사회주의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집권했던 「휘틀럼」은 그의 「비전」, 예컨대 사회복지의 확대, 원주민에 대한 대우개선, 노조와의 협력 등이 집권초기에 호주국민에 깊은 인상을 주었으나 이번 총선의 참패로 혁신적 개혁정책은 좌절됐다.
이번 총선의 주요 쟁점은 경제문제로 나타났다.
선거초반에서는 「휘틀럼」수상의 해임, 의회해산을 단행한 「존·커」총독의 과격한 조치에 대한 반발과 「휘틀럼」에 대한 동경으로 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강하게 일어났었다.
「훠틀럼」은 이러한 추세를 이용, 「존·커」총독의 조치는 「쿠데타」라며 총독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해 헌법을 개정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중반에 접어들어 「휘틀럼」정권 때의 외자도입 「스캔들」이 재연되면서 「인플레이션」·산업불안·실업 등 경제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들어섰다.
「프레이저」는 정부 지출억제, 사기업 육성으로 고용증대, 세제개혁, 외자도입완화 등을 제시해 「휘틀럼」정권의 「인플레」·실업·「달러」적자 등에 허덕이던 호주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문이 노동당에 대해 비판을 하면 「휘틀럼」은 그 신문의 이름을 들어 공격하기 때문에 노동당 계의 유력지 「오스트레일리언」까지도 반「휘틀럼」논조를 펼 지경이었다.
또한 지난달 29일 이웃나라인 「뉴질랜드」의 총선에서 보수야당인 국민당이 노동당을 누르고 압승한 것도 호주 노동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영국의 두 보수계 신문은 영연방내의 이러한 추세는 영국의 노동당정부의 미래에까지 암운을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의 총선 결과가 상호 영향을 끼쳐온 게 사실이다. 그래서 「휘틀럼」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동일시 말라』고 호소할 정도였으나 노동당지지 층과 부동표의 행방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되고 있다.
「프레이저」정권이 들어섬으로써 두드러지게 변화를 보일 것은 외교정책.
노동당은 호주가 동남아의 일부라는 인식 밑에서 동남아제국과 제3세계와의 관계개선에 더 주력해옴으로써 전통적인 친 서방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원해졌었다.
그러나 새 보수정권은 미·영 등 서구와 더 접근하는 우익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10월 북괴의 항의로 대사관철수를 단행한 호주의 대 북괴관계도 앞으로 현재의 냉담한 상대에서 고정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그러나 국내 정치면에서 「프레이저」는 노동당의지지세력인 노조의 도전을 어떻게 무마시킬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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