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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동성애 외치며 과격한 행동 숱한 막말 쏟아내 지탄의 대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세상을 떠난 프레드 펠프스 목사가 2006년 미국 캔자스주 토피카 웨스트버러 침례교회에서 설교하는 모습. [토피카 AP=뉴시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발언과 행동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까. 미국 사회에 이 같은 물음을 던졌던 반(反)동성애 운동가 프레드 펠프스(사진) 웨스트버러 침례교회 목사가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딸인 마기 펠프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아버지가 전날 밤 11시쯤 호스피스 병동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펠프스 목사는 생전 미국 사회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인물로 꼽혔다. 캔자스주 토피카의 독립교회 WBC를 이끌던 그가 주목을 받은 건 1998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잔인한 고문을 당한 끝에 숨진 와이오밍대 학생 매슈 셰퍼드의 장례식장에서 동성애 혐오시위를 벌이면서다. 펠프스 목사와 신도들은 장례식장에서 ‘신은 동성애자를 싫어하신다’ ‘지옥에서 불타라’는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미국인이 가장 증오하는 인물 1위
2006년엔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매슈 스나이더 일병의 장례식장에서도 피켓 시위를 했다. 펠프스 목사는 동성애 성향의 스나이더 일병이 전사한 것을 두고 ‘동성애에 관대한 미국 사회에 대해 신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은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2011년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8대 1의 의견으로 펠프스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종교단체의 장례식장 피켓시위는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인이 가장 증오하는 인물’이 역설적으로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판결 이후에도 펠프스 목사의 동성애 혐오시위는 계속됐다. 생전 에이즈 홍보대사로 활동한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한 기독교의 맨해튼 선언을 삭제한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장에서 피켓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총기 난사 땐 “신이 보낸 킬러”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11년 코네티컷주에서 벌어진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때는 “미국을 심판하기 위해 신이 킬러를 보낸 것”이라고 말해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오클라호마 토네이도 참사 때도 “신이 미국에 벌을 내린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말년은 평탄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교회 대변인 역할을 했던 딸 셜리 펠프스를 후계자로 삼으려다 교회 장로들에 의해 교단에서 쫓겨났다. 최근까지 호스피스 병동에서 투병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언론들은 ‘미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며 앞다퉈 부고 기사를 게재했다.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펠프스 목사의 장례식장에서 피켓시위를 해야 하나’라는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동현 기자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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