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화재의 대명사…개선안된「무방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대구서문시장화재는 해방후 9번째로 연거푸 큰불이 나 시장화재의 대명사처럼 알려져온 이시장의 취약점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채 화재무방비상태로 남아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당국은 69년8월5일 서문시장에 큰불이 난이후 시장 한가운데 소방관파출소를 설치하고 점포안에도 소방시설을 완비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번화재로 이같은 당국의 발표가 모두 형식적인 눈가림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서문시장소방파출소의 경우 청원소방관 5명이 상주, 소방차 1대와 소방「호스」를 갖추고 있었으나 4지구경비원 박윤길씨(25)의 화재신고를 받고도 장비가 낡은데다 긴급출동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아 진화작업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장건물에도 지구마다 1,2층에 6개씩의 옥내소방 「호스」가 설치돼있고 자동경보기 44개, 자동화재탐지기 3백11개, 소화기 1천6백71개, 방화사 96개소, 방화수 3백1개소, 소화전43개등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평소 경비원들에 대한 훈련이 안된데다 점검마저 소홀해 막상 불이났는데도 이처럼 많은 기구와 시설들이 단1개도 작동하지 못한채 무용지물임이 드러났다.
특히 시강화재 때마다 번번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점포의 도난방지용 철제 「셔터」는 이번 화재에도 피해를 대형화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불이나자 경비원들은 창문을 뜯고 탈출했으나 「셔터」를 외부에서 열수가 없어 점포마다 가득찬, 값비싼 상품들이 고스란히 잿더미가 되도록 물 한줄기 퍼부을 수가 없었다.
더우기 영세상인들이 내부 칸막이를 「베니어」판등으로 막아놓고 1지구와 4지구를 잇는 연교(연교)마저 합판으로 막아 노점을 만들어 4지구에서 일어난 불이 이들 노점을 타고 1지구로 쉽게 번질 수 있었다.
이시장에는 개점시간에도 겨울철에는 전기난로·석유난로등 난방기구를 점포마다 사용. 화재의 요인으로 지적돼왔었다.
이같은 취약점은 비단 서문시장뿐만 아니라 전국대도시 대부분의 연쇄상가가 다같이 안고있는 것으로 이 때문에 전국에서는 해마다 대형화재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
경찰집계에 따르면 70년부터 75년10월말 현재 전국에서는 3천62건의 화재가 발생, 1백74명이 사망하고 5백69명이 부상했으며 27억2천2백91만1천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 가운데서 5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낸 대형화재만도 71년∼75년10월까지 31건이 발생, 24억1천80만4천원에 이르는등 화재는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