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명품 팔고 싶다면 한국 드라마 PPL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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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성공하고 싶은 명품회사라면 한국 드라마를 노려라’.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이 중국 명품시장을 흔들었다. WSJ는 “한국 드라마에 등장한 샤넬·구찌·루이비통이 유행에 민감한 중국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며 “올 1월에만 3400만 명의 중국인이 시청한 ‘별그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천송이노믹스(드라마 주인공 이름 천송이와 이코노믹스 합성어)는 중국에서도 통했다. WSJ는 “주인공 천송이로 분한 전지현은 지미추 신발에 셀린느 옷을 입고 이 드라마에 출연했다. 방영되자마자 이들 명품 매출이 크게 뛰었다”고 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명품 브랜드 대부분은 사실 본격적으로 드라마 간접광고(PPL)에 참여하지 않았다. 제작사에 따로 돈을 지불않고 제품만 협찬했다. 큰돈 들이지 않고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는 얘기다. “할리우드나 중국 스타에 비해 광고비가 싸면서 효과는 큰 한국 배우를 명품 업체가 주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초고가제품에 한정된 흐름이 아니다.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온라인쇼핑몰로는 최대 규모인 타오바오(淘寶)에 올라와 있는 ‘별그대’ 연관 상품은 34만7600건에 달한다. 의류·신발부터 전자제품·책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다. ‘천송이가 입은’ ‘도민준이 쓴’이란 식의 수식어를 단 상품이 진품·모조품 가리지 않고 하루 수천 개씩 추가되고 있다.

 주인공 도민준 역을 맡은 김수현은 쌤소나이트 가방을 메고 드라마에 등장했다. 올 2월 이 가방 매출은 1년 전과 견줘 세 배 늘었고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서부석 쌤소나이트 아시아총괄사장은 “기대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효과를 중국에서 봤다”며 “젊게 이미지를 바꾸려는 오래된 브랜드들이 한국 드라마를 활용한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한국 드라마 열풍은 대형 브랜드 회사에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화장품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산 제품이 드라마에 노출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해외 주요 브랜드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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