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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간첩 기욤은 석방될까|양독의 정치범 교환협상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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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를린=엄효현 특파원】지난 11월1일 2백 명의 동독 정치범이 서베를린을 경유해서 서독으로 석방됐다. 이는 지난 10월7일 교환조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단지 1천2백명의 동독 정치범이 금년 안에 석방되어 서독으로 올 것이라는 서독 내 독성의 공식발표이후 단행된 두 번째 조처다.
간첩 기욤 사건으로 동·서독 관계가 정체상태에 빠져 기대키 어려웠던 양 독간의 정치범과 간첩교환이 예년처럼 정상화를 찾게 된 데는 비공식 채널에 의해 막후에서 준비된 슈미트 서독 수상과 호네커 동독 공산당수가 헬싱키에서 가졌던 면담으로 침체돼 온 양 독 관계가 정상화한 데 연유하고 있다.
정치범 교환을 막후에서 주도해 온 서독 사민당의 원내총무 헤르베르트·베너와 동독 공산당 정치 국의 측근인물로 지금까지의 정치범 교환의 전권을 위임받아 활동해 오고 있는 포겔 변호사가 비밀리에 빈번한 접촉을 해 왔다.
지난 8월말에는 포겔 변호사가 휴가중인 슈미트 수상을 비밀리에 방문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9월 중순에 82명의 정치범이 버스에 실려 서독으로 넘어왔다.
과거에 양 독간의 정치범 교환이 서로 1대1로 교환하는 방법이외에 일정한 수의 정치범석방에 서독 측에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교환하는 방법이 행해져 온 예에 비추어 금년에 석방될 1천2백 명에 대해서도 서독 측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할 것은 확실하지만 어떻게 확정됐는지는 비밀에 붙여지고 있어 정확한 것은 알 길이 없다.
단지 1974년 동독에서 석방된 2천명의 정치범에 대해서 서독 정부가 1인당 4만마르크(8백만원)를 지급했다는 사실 하나로 금년에도 그에 상당하는 금액이 지급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교환협상에서 기욤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하는 일부의 추측은 현재로서는 별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욤의 석방은 빨라도 내년10월 서독 총 선이 끝난 후에 실현될 것이라고 업저버들이 내다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민당정부가 선거에서 기욤 사건처리로 곤경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데 있다.
한때 브란트 수상의 사퇴까지 몰고 왔던 현재 재판 중에 있는 동독간첩 기욤이 구속되었을 때 서독의 여론은 이 거물간첩이 언제 누구와 어떻게 교환되어 동독으로 가게 될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바 있다.
이것은 단적으로 지금까지 동·서독간에 크고 작은 간첩이 붙들릴 경우 비록 정식재판에서 형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양측이 상호합의아래 형기를 끝내기 전에 모두 교환해 왔던 점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동독간첩 기욤이 서독관계 기관원에 의해 구속될 때 자기가 동독 군 대위라고 신분을 밝히고 장교에 대한 예우를 지켜 달라고 요청하는 여유까지 보였으며 그후 조사과정에서와 재판정의 진술에서도 계속 묵비권을 행사해 온 사실들은 그 자신 쉽게 동독으로 풀려 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와 때를 같이하여 구속중인 간첩 기욤의 석방조건으로 동독 측이 수감중인 정치범의 형량8백년과 교환하려 한다는 슈프링거계 보수파 신문보도와 결부해서 본의 기자들이 정치범교환협상에 대한 서독 정부의 입장을 묻자 모든 수단을 다해 인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본 정부의 방침이라고 정부대변인 클라우스·뵐링이 밝혔던 점으로 보아 기욤 석방을 위해 동독 측이 상당히 부심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케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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