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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위암왕국」인가 -한국원자력병원 등의 조사결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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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사람의 위암발생율이 0.75%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위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대책이 요청되고있다. 한국원자력병원과 전국 각 의과대학 및 종합병원이 지난 73년9월부터 74년 말까지 공동으로 조사한 「한국에서의 위 검진실적」의 중간보고에 따르면 위암 발생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의 0.3%보다 무려 2.5배나 높은 것이어서 「위암왕국」이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은 이제는 우리 나라가 차지해야 할 것 같다. 점점 감소추세에 있는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서는 오히려 위암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위암을 퇴치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은 없을까. 원자력병원원장 이장규 박사에게 알아보다.
위암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암 중의 하나. 전체 암 가운데 위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 50∼60%, 소련·「칠레」·「아이슬란드」·「핀란드」 30%이고 우리 나라는 약 4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위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왜 위암발생율이 이렇게 높을까. 원자력병원원장 이장규 박사는 여러가지 요인이 생각되나 식생활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의심된다는 것. 이번 조사의 최종분석결과가 나오면 다소 구명되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된장이나 김치를 즐겨먹는 사람에게 위암발생율이 높다는 이 박사의 말이다.
특히 소금에 절인 짠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게 위암이 많다는 사실은 일본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바 있다. 한때 세계적으로 위암발생율이 높았던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냉동기술의 발달로 싱싱한 생선의 공급이 가능해지자 위암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일본에서도 생선을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던 어촌 주민들에게 냉장고를 보급했더니 위암발생율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위암의 호발연령은 40∼50대. 서울대 의대 내과교수 오인혁 박사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50대가 52.7%, 40대 29.0%, 60대 18%, 30대 15.7%, 20대와 70대는 각각 2.3%로서 40∼50대에서 발생하는 율이 전제의 61.7%나 된다.
따라서 위암은 고혈압·당뇨병 등과 함께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년기의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위암은 꽤 치명적인 암이긴 하지만 식생활개선과 조기검진사업으로 발생율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활발한 위 검진사업과 식생활 개선으로 과거 20년동안 위암발생율을 3분의 1로 줄이는데 성공했다고 이 박사는 소개한다.
과거 20년 사이 일본인의 우유제품 소비량은 21배, 달걀 13배, 육류 9배로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전국적으로 2백95대의 검진차가 움직이고 있고 1백36개 암 검진「센터」에서 위암의 조기발견 「캠페인」을 벌인 결과로 <그림>에서 보듯 50∼54세에서 제일 많던 위암이 3분의 1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으로부터 물려받은 「위암왕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일본의 경험을 본받아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위 검진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이 박사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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