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서 전향한 서양사학자|31일 내한한 임건태랑 동경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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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의 정신적 상황은 기계기술과 대중의 시대가 인간을 원자적인 개체로 분해시켜버려 거기에 인문성 상실의 위기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의 회복을 위해서는 세계사의 「구축기」라 할 수 있는 기원전 5세기 전후 세계각지에서 거의 동시에 출현했던 대사상가들(역가·공자·노자·「유대」인 예언가들·「그리스」의 철학자들)을 인류의 영원한 교사라고 보고 그 사상에서 인간성 회복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31일 내한한 「하야시·겐다로」(임건태랑) 동경대 총장은 현 인류의 문제를 이같이 지적하고 해결방법을 찾고있는 일본 사학계의 개척적 서양사학자이다.
그는 젊었을 때 잠시 「마르크스」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였었다. 서양사를 공부하게된 동기도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은 역사에 관한 이론으로, 그 이론은 서양의 역사를 기초로 했기 때문이다』고 그의 자전 『움직이는 것의 그림자』에서 밝힐 정도다.
그러나 그는 1950년께 그가 주동이 되어 만들었던 「역사학연구회」가 순수한 학문단체에서 좌익들의 선전장 및 행동기구로 화하자 이에 환멸을 느껴 「역사학연구회」를 그만두었다. 동시에 그는 소련사회주의에 대해서도 실망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일본학계의 「온건」파로 『문예춘추』가 1967년10월 뽑았던 『일본을 움직이는 1백인의 문화인』에서는 지난번 내한했던 「후꾸다·쓰네아리」(극작가)·「다께야마·미찌오」(독문학자)와 함께 전후 일본의 가장 강력한 반공적인 학자가 됐다.
73년 동경대 총장이 되어 「동대분규」를 마무리졌던 그는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을 자극하는 정치적인 발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번의 방한에서도 한국이나 일본의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일체언급이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1913년 동경에서 태어난 그는 일고를 거쳐 1935년 동경제대문학부사학과를 졸업했다. 계속 학교에 남은 그는 교수와 두 번에 걸쳐 문학부장(학장)을 역임한 바 있다. 중요 저서로는 『근대독일의 정치와 사회』 『사학개론』 『개설서양력사』 『역사의 흐름』 『세계의 족적』 『명일에의 역사』 『근대사학사』 『역사란 무엇인가』 등 역사 이론에 관한 것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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