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만m의 「호프」 채준석|역상 16개월만에 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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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년 6월 국가대표 선수로 「싱가포르」「오픈」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던 채준석(명지대 2년·21)이 16개월만인 지난 주말 마침내 다리의 「기프스」를 떼고 재출발을 선언하고 나섰다.
채준석은 1만m경기에서 우승한 직후 「싱가포르」거리에서 당한 윤화는 그에게 하퇴부 골절이라는 엄청난 상처를 안겨 주었다. 오른쪽 다리의 뼈가 세군데나 부러졌다.
육상선수에게는 치명상이었다.
20세의 한창 나이에 국내에선 「톱·클라스」의 지위를 굳혔고 세계적인 「마라토너」가 되기 위해 정진을 거듭하던 그는 순식간에 불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중학 1학년때 전경기도 단축「마라톤」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여 「데뷔」, 중학 3년때 경기대표 선수로 선발됐고 숭문고 때는 한·일 고교 교환경기대회 육상부문에서 유일하게 일본선수를 누른 기록(5천m우승)을 수립, 고교 2학년에 국가대표가 되었다. 그는 제52회와 54회 전국체전 단축「마라톤」을 제패한 것 등등 그의 화려한 성장의 자취가 대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한 것. 그러나 채준석은 아버지의 정신적인 격려와 감화로 재기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 채정진씨(43)는 육상계에서 너무나 유명한 의지와 집념의 화신. 흔히 외팔이 「마라도너」라고 불리는 왕년의 맹장이다.
남달리 투지가 뛰어났던 채정진씨는 6·25때인 52년 공비토벌중 전상을 입어 오른손을 잃었다.
그러고도 육상을 포기하지 않고 66년까지 현역선수로 명성을 얻었던 선수. 이제 아버지는 팔을, 아들은 다리를 다치는 얄궂은 부전자전의 불운을 당하고 만 것이다.
채준석은 이러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6개월만에 퇴원했으나 완치될줄 알았던 다리는 계속 불구현상, 지난 7월 윤복영 외과병원(보문동)에 다시 입원하여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재수술이 성공적이어서 퇴원하게된 채준석은 『아버지에게 보은하는 길은 「레이서」로 성공하는 것』이라며 겨울동안 훈련을 쌓아 내년 「시즌」부터 활약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키 1m72, 체중 58㎏으로 담력이 좋은 채준석은 「마라토너」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게 중론. 그는 내년 안에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의욕에 넘쳐 있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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