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A형, 위궤양은 B형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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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위암환자는 혈액형이 A형에 많고 위궤양은 B형에 많다는 흥미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오인혁·최규완 박사「팀」)과 국립의료원 내과(박용재·신현정「팀」)가 공동으로 과거 10년 동안 서울대의대 부속병원과 국립의료원 내과에 온 위암환자 1천1백64명, 위궤양환자 5백93명의 혈액형의 분포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
어떤 질병의 유전학적 다형성이 갖는 생물학적 의의를 구명하기 위해 의학계에서 질병발생과 환자의 혈액형과의 관계를 살피는 연구는 이미 오래 전서부터 행해져 왔다. 이와 같은 연구는 질병발생의 「패턴」과 그 퇴치를 구명하는데 퍽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조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나라 남성암 중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위암의 경우, 환자 1천1백70명 중 혈액형 A형이 35·9%로서 제일 많았으며 O형이 26·4%, B형이 25·7%, AB형이 12%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암의 A형 편중현상은 외국 「리포트」와도 일치한다.
위궤양은 B형에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5백93명의 환자 중 33·7%가 B형이었다. A형은 28·3%, O형은 27·3%, AB형은 10·3%였다.
이러한 현상은 혈액형유전자조사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는데 정상한국인에 있어서의 A, B, O 혈액형유전자 빈도와 비교한 결과 위암환자에 있어서는 A형 및 A형 유전자의 빈도가 정상인보다 현저히 높고 위궤양에 있어서는 B형 및 B형 유전자빈도가 눈에 띄게 높았다.
한편 십이지장궤양의 경우는 O형인 사람에게 많다는 외국 「리포트」의 결과와는 달리 B형 편중현상이 발견되었다.
즉 십이지장궤양환자 4백42명의 혈액분포는 B형이 31·4%, A형 30·1%, O형 27·2%, AB형 11·3%의 순이었다.
공통적인 현상은 위암·위궤양·십이지장궤양 등 어느 질환에서도 혈액형이 AB형인 환자는 극히 적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왜 위암과 A형이, 위궤양과 B형이 유전학적인 관련을 짓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렇다할 이론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로는 단지 통계적인 의미를 지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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