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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민속자료 『코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태백산화전민들의 나무껍질집인 「굴피집」과 「너와집」속에서 호롱불과 화로의 대용으로 애용됐던 우리 고유의 민속자료 「코클」이 사라져가고 있다.
코클은 태백산 화전민 특유의 생활도구로 현대문명에 밀리고 산림보호령에 묶여 이제 점차 그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코클은 내륙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것으로 강원도 망진군 도몰읍 신리와 장생·황지일원 화전촌이 그 유래지로 알려지고 있다.
코클이란 고대식 한국형 벽난로로 굴피집 (굴피나무껍질로 지붕을 올린집) 너와집(일종의 돌기와집)안에 진흙으로 굴뚝처럼 방모서리에 쌓아올려 방바닥 보다 30㎝쯤 높은곳에 아궁이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연기는 부엌쪽으로 빠져나가게 돼있다.
여기에 소나무뿌리의 관솔을 피우면 방안은 호롱불을 켜놓은것 보다 더 밝고 따스해 아늑한 분위기를 이룬다.
이와 같은 화전민의 벽난로가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에 들어서부터 현저해졌다.
화전 민속촌으로 설정된 도계읍신리 마을만해도 지난해까지 40여가구가 코클로 밤이면 불을 밝혔었다. 그런데 올해 7월서부터 코클은 l7가구로 줄었고 이나마 사용하는 집은 단 1곳도 없게 됐다고 이 마을의 한고로(고노)가 말했다.
새마을 사업으로 굴피집 지붕이 「슬레이트」로 바뀌고 농촌부엌이 개량되면서 코클도 헐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여기에 겹친 산림 보호령은 연료인 소나무 뿌리의 채취길을 막아버려 땔감이 없는 코클은 그 기능을 잃게 된것.
화전 3대째라는 김해명옹 (73·신리마을) 은 『민속자료 보존에 따른 혜택이 없으니 우리라고 평생 옛날 속에서 살아야하느냐』고 푸념한다.
화전민과 함께 수백년을 전해 내려오며 태백산의 명물로 손꼽혀온 또 하나의 고유민속자료가 아쉬움 속에 이제 영영 모습을 감추게됐다.
문화재전문위원인 장집근박사와 맹인재씨는 최근 강원도 망진군도계읍신리의 화전지대를 중요민속자료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보고에서 신리는 74년 민속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화전민촌이지만 너와집과 굴피집이 「슬레이트」지붕으로 바뀌는등 원형손상이 심해 대표적민속자료의 지정이 불가피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또 맹인재씨는 화전민들은 모두 살림이 어려우므로 보호가 가장 문제가 된다고 들고 내무부에 현상보존의 협조의뢰에 그칠것이 아니라 문화재관리국은 서둘러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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