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긴격|서총경은「기관장중의 기관장」밀수비호 수억 치부세|각관청서 수사비 갹출…유지들에 서장관사 가구할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수지구 밀수폭력사건 수사는 15일 검찰이 밀수범행의 배후 및 비호세력으로 밝혀진 서강철 총경과 안정목전세관장등 현직공무원을 무더기로 구속함으로써 일단락 지었다.
단일사건으로 1백43명을 구속했다해서 기록을 남긴 이사건은 그 숫자가 많다는것 뿐만 아니라 경찰·세관등 이른바 현지의 단속기관 고위간부가 직접 밀수범행을 묵인 또는 비호했다는 데서 충격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서총경은 현지경찰의 책임자로서 밀수범에 대한 수사는커녕 다른 단속기관의 조사까지 무마한 사실이 밝혀져 『생선가게를 지킨 고양이』격이 됐다. 특히 서총경은 그의 관련설을 중앙일보등 일부신문이 보도하자 취재기자에 대한 경위조사를 의뢰하는등 적반하장 격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수사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지에서 서총경의 영향력은 각계 각층에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검찰정보에 따르면 서총경은 지난 7월 광주 서부서장으로 전출되기까지 2년동안 현지서장직에 있으면서 『여수의 제1인자』『기관장중의 기관장』으로 군림했다고 한다. 각기관장은 다투어 그에게 접근할 기회를 찾았는데 특히 전해운국장 모씨는 점심때만 되면 경찰서 정문에서 서총경을 기다리곤해 「도시락국장」으로 소문이 날정도였다.
서총경은 밀수조직과 직접 간접으로 관계를 맺은 흔적이 나타났는가 하면 경찰서 유치장의 수리비등 명목으로 각 기관에 손을 내민것등 수사반이 입수한 비위사실만도 12건에 이르고있다.
수사반은 서총경과 밀수조직과의 관계는 아신호의, 2억원어치 녹용밀수사건 무마에서 단적으로 드러났으며 밀수총책 허봉용의 전성기가 서총경의 재임기간과 일치하고 있는데서 다른 혐의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그가 수억대의 재산가란 소문은 이와 관련지을 때 단순한 소문으로 흘려보낼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12월15일 해천군율촌면 조화리앞에서 「택시」운전사 피살사건이 났을 때 시내 각기관에 형사를 보내 수사비조로 3만원 내지 5만원씩을 받아냈는가 하면 지난 3월중순 서강관사를 준공했을 때는 유지들을 초청하여 관사용 가구를 할당했다는 말도 있다.
또 밀수범의 주요 단속기관인 세관관계직원들이 밀수정보를 눈감았는가하면 경찰은 이들의 비호에 급급했다.
서총경은 세관 감시과장으로부터 아신호 밀수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시끄러우니 무마하자』는 반위협적인 제의를 했고, 전형사반장을 지낸바있는 최경모경위(수배중)는 수사기밀을 밀수조직에 누설하는가하면 허봉용의 도피를 방조하는등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다. 전형사계장 정흥조경위는 밀수제본를 받은 직후 아신호 선주 신현호씨(구속)를 만나 조사는커녕 현금20만원을 받고 묵인했음이 밝혀졌다.
구속중인 허봉용은 『내가 입을 열면 세상이 깜짝 놀랄것』이라 하면서도 자신의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있어 더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있다.
검찰관계자는 배후세력수사는 경찰·세관원등으로 압축됐으나 현지 검찰관계자등도 관련되었다는 정보가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임을 비쳐 더 이상의 비호세력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앉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