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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증시 게걸음 … 제조업보다 내수주 유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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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올해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KRX매거진]

지난주 설정액 1160억원짜리 펀드가 출시됐다. 투자자는 49명이 전부. 한 명당 20억원씩 투자했다는 말이다. 브레인자산운용의 3호 헤지펀드 한라 얘기다. 브레인의 헤지펀드 규모는 14일 현재 8962억원, 2위인 삼성자산운용(6003억원)을 크게 앞선 1위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고액자산가들이 펀드 하나에 20억원씩을 투자할 수 있었던 건 수익률 때문이다. 2012년 9월 출시된 1호 헤지펀드 백두의 누적수익률은 14일 현재 45.78%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가량 하락했다. 이 수익률을 만들어낸 이가 박건영 대표다. 17일 만난 그는 “올해도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한국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견해다.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도 좋아지지 않겠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한국 전체 수출 중 미국의 비중이 5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10% 수준이다. 대신 중국 비중이 커졌다. 중국과 홍콩을 합하면 35% 정도 된다. ”

 -중국 경제는 어떤가.

 “이달 들어 기업 2곳이 부도를 냈다. 중국에 부실기업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제2금융권이 부도를 막아왔다. 그런데 정부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한계기업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할 거다. 지금 중국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의 한국과 비슷하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다는 게 차이점인데, 그 덕에 경제위기에 몰리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성장하기도 어렵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코스피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보다 수익이 날 법한 종목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횡보장에선 롱숏전략이 효과를 발휘한다.”

 -헤지펀드 대부분이 롱숏전략을 쓰는 상황에서 공모펀드까지 나오면서 롱숏전략으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코스피는 역신장(-0.97%)했지만 백두는 24.3%의 수익을 냈다. 우리뿐 아니라 롱숏전략을 쓰는 대부분 펀드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롱숏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롱숏펀드에 자금이 쏠리면 시장이 포화될 텐데.

 “투자 대상을 해외로 넓힐 생각이다. 솔직히 해외시장의 개별 종목에 관해선 현지 운용사나 글로벌 운용사만큼 잘 알기 어렵다. 하지만 국가 전체를 전망하는 건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

 -투자할 때 뭘 중요하게 보나.

 “ 성장 가능성이다. ‘이 기업의 이익은 계속 증가할 수 있나’ ‘기업이 속한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가 핵심이다. ”

 -코리아 G2(Group of 2)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어떻게 보나.

 “고령화로 제조업 비중이 줄어도 글로벌 기업은 살아남는다. 현대차는 2009년 브레인을 창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쭉 들고 있는 종목이다. 한 번 팔았다가 지난해 초 다시 샀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비중을 줄였다. 삼성의 이익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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