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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대입제도 개혁으로 진학길 막힌 동양계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상우파울루」시에서 발간되는 「브라질」의 손꼽히는 권위일간지「폴라·데·상우파울루」는 최근「브라질」의 대학 입시제 개정에 관한 특집기사를 싣고 『한국인은 의사가 될 수 없다』는 표제를 크게 뽑았다.
동지는 이번의 대학입시 개정안이 동양인 대학 입학 지원자에게 특히 불리하게 개정,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계 학생들의 대학진학이 어렵게 됐음을 지적했다.
이번 대학입시 개정안의 초점은 「브라질」의 국어인 「포르투갈」어 작문. 작년까지만 해도 「브라질」은 교육성명으로 대학 입학 시험에 작문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년1월 교육성 장관령으로 각 대학에「포르투갈」어 작문을 입시과목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수험생의 선망의 관문인 「상우파울루」대학이 금년입학시험에서 인문계열에 「포르투갈」어 작문시험을 필수과목으로 부과했고 내년부터는 자연계열에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언어의 고충 때문에 인문계를 피하고 자연계로 몰리던 동양인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으며 지금까지 증가 추세를 보여오던 동양인의 외과 대학 입학 길은 더욱 좁아지게 됐다.
「폴라」지가 「인터뷰」한 동양인 학생들은 모두 이점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이 「인터뷰」에 응한 한국인 「재수생」이재석군(23)도 마찬가지다. 그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작년 「상우파울루」대 외과대학에 응시했었다. 자연과학 계통 한 과목에서는 94점을 얻었으나「포르투갈」어와 「브라질」문학의 두 과목에서 20점밖에 못 얻어 고배를 마신 이군은 자기처럼 「브라질」에 온지 3년밖에 안된 학생에겐 「포르투갈」어 작문이 시험시기에 임박해서 추가된 것은 대학입학의 기회를 바늘구멍처럼 좁힌 것과 같다고 말했다.
10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이민역사를 갖고 있지만 1만여명에 가까운 한국인 교포들은 어느 다른 민족보다 향학열이 대단하다. 이제는 대학생수가 2백명에 이르고 있고 매년 「상우파울루」에서 대학 입학 시험에 응하는 학생은 1백명이 넘는다.
『자식들의 대에 기대를 건다』는 것이 이들 1세 교포들의 입버릇이고 보면 이번「브라질」의 대학 입학 시험 개정안이 이들의 희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 같다.<상우파울루=김우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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