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민의 신고로 잡힌 「살인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엽기적살인마 김대두는 끝내 시민의 신고로 잡혔다. 지난9월25일 평택 일가족살인사건이후 연10여일 동안 서울시민과 경기도일원 주민들을 공포속에 몰아넣었던 범인은 검거된후 『돈을 얻기 위해 범행했다』고 태연히 자백, 끔찍한 범행이 어처구니 없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범인이 잡힌 8일밤 시민들은 3개월된 갓난애에서 70노인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살해한 잔인을 극한 범행에 놀람을 금치 못했으며 비상망이 펼쳐진 속에 전국을 돌며 범행하면서도 『단 한번의 검문을 받은 일이 없다』는 범인의 말에 또 한번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고 및 검거 경위>
8일 상오8시30분쯤 범인 김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88의92 광명세탁소(주인 진인복·50)에 나타나 주인 진씨에게 피묻은 청바지 1점, 빨간색바지 1점등 2점을 내보이며 『피를 빨리 뺄수 있느냐』고 물었다.
진씨가 김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일단 『뺄수 있다』고 안심시키고 「트레이닝」복 차림의 김에게 『바지를 다 맡기면 어쩌느냐』고 묻자 『안에 또 입었다』고 대답, 『하오3시쯤에 오겠다』며 총총히 사라졌다.
이사이 진씨는 아들 하근배씨(26)에게 이 사실을 알려 하씨가 상오9시쯤 청량리경찰서 역전파출소에 신고하고 이어 청량리서 형사계 윤화섭(42)·홍세호순경(35)등 2명이 세탁소안팎에 잠복, 하오4시쯤 세탁물을 찾으러간 김을 검거했다.
이때까지도 진씨모자나 경찰 모두 김을 지난 6일 서울 신당1동에서 발생한 부성사전당포 살인강도사건의 용의자로 생각했었다.
범인 김은 처음 두순경이 옷에 피가 묻게 된 경위를 다그치자 태연히 『미아3동에 사는 사촌매형과 싸우다 그랬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가 다시 『전날밤 깡패들과 싸우다 그랬다』는등 횡설수설했다.
그러나 경찰의 현장수사결과 모두 거짓임이 드러나자 하오6시쯤에는 7일 하오9시30분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산69의5 마을앞산에서 23세쯤의 교도소동료의 배를 칼로 찌르고 머리를 돌로 때려 죽였다는 사실을 자백하고 이어 8월13일 전남 광산군 임곡면 고룡리 안종현씨(62) 살인사건에서부터 무안·평택·양주·수원·시흥·성남사건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김의 자백에 따라 경찰은 김이 전날밤 잠을 잔 용두1동 호남여인숙, 미아3동 사촌매형 양모씨(42), 고추를 산 용산구 한강로2가 김모씨(45) 집등을 뒤져 증거품을 압수했다.

<교도소동료와 모의|범행경위>
지난 5월17일 수원교도소를 나온 김은 고향에 내려가 농사일을 돕다가 용돈이 궁하자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할 것을 결심, 8월13일 상오3시쯤 전남 광산군 임곡면 고룡리 연동부락 안종현씨(62·농업)집에 복면을 하고 침입, 돈을 요구하다 반항하는 안씨를 살해, 제1범행을 저질렀다.
김은 범행에 사용한 길이 30㎝짜리 부엌칼을 현장에, 절굿공이는 3백m떨어진 철길에 버리고 삼촌집에 숨어있었다.
8월20일 김은 광주행열차안에서 우연히 교도소동료 김회운(29·전남무안군몽탄면 황길리)을 만나 김의 집에 묵으면서 다시 『한탕할것』을 모의, 김의 집에서 2만5천원을 함께 훔쳐 목포에 내려가 「재크나이프」·이발용 면도칼등 흉기를 마련했다.
이들은 범행장소를 물색하다 9월6일 다시 김회운의 집근처인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돌아가 하룻밤을 새운뒤 7일 상오2시쯤 몽탄면 당호리2구 신흥부락 박헌홍씨(55·농업) 외딴집에 들어가 미리 준비했던 흉기로 박씨 부인 서기순씨(56), 손자 기봉군(7)등 3명을 살해했으나 장롱속에 든 현금2만6천원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구멍가게인 박씨집을 뒤져 빵·「사이다」등을 훔쳐 먹은뒤 현금2백50원과 「플래쉬」 1개를 빼앗아 달아났다(제2범행).
이들은 『어차피 잡히면 죽을테니 이왕이면 돈 많은 곳에서 한바탕하자』고 작성하고 그날로 상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부근에 있다는 김의 친척집을 찾았으나 이사가고 없어 「버스」종점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뒤 『취직이나 해야겠다』는 김회운과 각기 헤어졌다.
혼자 남은 범인 김은 서울에 온지 3일만인 9월11일 자정을 틈타 돈을 마련키 위해 서울 동대문구 면목4동699 용마산중턱 골짜기 최정용씨(60)의 외딴천막집에 침입, 최씨가 놀라 달아나자 좇아가 돌로 최씨의 얼굴등을 때려 숨지게 했다.(제3범행) 산속에서 밤을 지낸 김은 그뒤 서울 도봉구 미아3동 사촌매형집과 영등포에 있는 누이 김모씨(29) 집등을 전전, 숨어다니다가 평택미군부대 근처에 가면 취직할수 있다는 말을 듣고 9월23일 경기도 평택군 송탄읍으로 내려갔다.
2,3일 동안 헤맸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김은 25일 상오3시쯤 송탄면 지산리 산164 양현태씨(40)의 독립가옥에 침입, 양씨의 어머니 최옥임씨(70)등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현금·고추등을 훔쳐 달아났다.(제4범행) 다시 서울로 올라가 청량리에서 금곡행 「버스」를 타고 교문리에서 내린 김은 27일 상오2시쯤 경기도 양주군 구리읍 변대규(40) 집에 들어가 일가족 5명을 난자, 하씨등 3명을 살해하고 변씨의 장녀 혜영양(15)등 2명에게 중상을 입혔으며(제5범행) 30일에는 시흥군 남면 부곡1리 속칭 차돌백이 고개에서 부곡2리 479에 사는 양승용씨(30)의 부인 윤향열씨(28)와 생후 3개월된 2녀 경연양을 쇠망치등으로 때려 죽였다.(제6범행) 김은 다시 10월2일 상오3시쯤 경기도 수원시 우만동 28의315 노재덕씨(38) 부부를 살해했고(제7범행) 이때 노씨 집에서 1백m쯤 떨어진 함남옥씨집을 또 습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김은 같은날 성남시로 들어가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낙생동으로 빠지는 길목에서 「캐디」 서모양(21)을 납치, 현금 1천4백50원과 손목시게를 빼앗고 추행한후 살해하려다 인기척이 들려 쇠망치등 범행에 써온 흉기등이 든 가방을 버리고 그대로 달라났다(제8범행). 김은 서양에게서 빼앗은 「오리엔트」시계를 도봉구 미아동 모전당포에 3천원을 받고 전당잡혔다.
김은 또 지난6일 영등포역앞에서 33세쯤의 교도소 동료를 만나 『함께 한탕하자』고 꾀어 김이 묵고 있던 미아동 4촌매형 집으로 갔으나 이청년이 매형 집에서 현금 3천원과 구두등을 훔쳐 달아나 매형으로부터 욕을 먹자 7일 용산 철우회관앞에서 그 청년을 다시 찾아내 방학동으로 꾀어 살해한뒤 청년의 가짜 금반지와 청바지등을 빼앗아(제9범행) 동대문구 용두1동 8의15 호남하숙집에 들어 피묻은 청바지를 세탁소에 맡겼다가 붙들렸다.

<면목동 살인사건도 한때 추락사로 수사>
범인 김대두의 자백으로 밝혀진 서울 동대문구 면목4동 699 최정용씨(60) 살해사건은 태능경찰서 용마파출소가 추락사로 보고했으나 태능경찰서가 시체검안결과 타살혐의를 잡고 수사를 계속 해온 것으로 9일 밝혀졌다.

<취재기자에 폭언 경관이 멱살잡고>
8일 하오1시쯤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범인 유기품 발견현장에서 취재중이던 동양방송 차만순·이영진기자가 30분간 경찰의 취재방해를 받았다.
경찰은 두기자가 범인의 유기품 23종을 발견한 허희숙씨(여·72)를 보도차량에 태우고 현장에 가 「카메라」에 담으려 하자 『조서작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두 기자의 멱살을 잡고 폭언을 퍼붓는등 취재를 방해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