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튼튼하고 정확한 제품을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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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 상오 영애 근혜양과 함께 제6회 한국 전자 전람회 및 정밀도 경진대회 전시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약1시간20분간 전시품을 관람했다.
전자손목시계 전시장에서 전자시계의 회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후 『큰 것은 너무 무거운 것 같다』고 말한 박 대통령은『미국인 등 서양사람은 팔이 굵어 큰 시계를 차도 되겠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 팔에 맞는 것도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연한 갈색 「투피스」차림으로 나온 영애 근혜양이 「캐비닛」형 자동 구내 교환기 앞에 다가가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시험하자 옆에 있던 전화기에서 자동으로 목소리가 울려나와 박 대통령을 비롯한 관람객 일동이 웃음을 터뜨렸다.
전자계산기 진열대 앞에 간 박 대통령은 『앞으로 전자계산기를 수첩 식으로 만들어 보통 때는 수첩인데 뚜껑을 열면 계산기가 나오도록 만들면 좋겠다』고 새로운「아이디어」를 제공하는가 하면 전자 탁구대를 직접 조정해 보았다.
외국관에는 「내셔널」「매그너·복스」「필립스」등의 출품 전시품이 진열돼 있었는데 박 대통령이 전자 복사기 앞에 이르자 『아무 종이나 넣어도 금방 복사가 되어 나옵니다』라는 설명을 듣고 『청와대에서도 이런 기계를 하나 사지』라고 말하며 즉석에서 계약을 했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서명을 해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라는 요청을 받자『회사이름이 무엇인가』라고 묻고『축 발전』이라고 서명을 해주었다.
가정 용품관을 돌아본 박 대통령은 전기 밥솥의「코드」를 유심히 만져보면서『모든 전기 제품은 이곳에서 합선이 될 위험이 크다』고 말하고 『안전하고 튼튼하며 정확한 제품을 만들도록 힘쓰라』고 당부.
전시장을 나온 박 대통령은 장충공원 광장에서 관계자들에게 『같은 제품을 가지고 국내업자끼리 경쟁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10여분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어디 앉아서 차나 마시며 얘기하자』고 제의.
이춘화 이사장이 『전시장 안에 쉬실 곳이 있습니다. 그리로 모시겠읍니다』라고 안내했으나 박 대통령은 앞을 바라보다『저기 휴게소 같은 곳이 있구먼 저리로 갑시다』라면서 2
백m쯤을 걸어 차와 빵 등을 파는 공원 안 허름한 시민 휴게소를 찾아들었다.
낡은 탁자를 앞에 놓고 의자에 앉은 박 대통령은 이춘화 이사장, 박충훈 무역협회장, 오학진 국회상공분과 위원장, 김정렴 비서실장, 차지철 경호실장, 심의환 상공차관 그리고 박승찬 금성사 사장 등과 자리를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코피」를 시켜 마시며 『우리 나라가 전자 공업을 몇 년부터 시작했는가』등 전자공업의 발전 현황에 대해 묻고 관심을 표명.
이춘화 이사장은 『53년도에 처음으로 「라디오」를 조립했다』고 설명했으며 박 금성사사장은 『대통령께서 밀수를 단속하라고 엄명을 내릴 때까지는 「라디오」나마 몇 대 못 팔았읍니다』고 대답. 박충열 회장은 『전자공업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또 장래성도 있는 것이니 만큼 정부에서 적극 도와 주셔야겠읍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몇 나라에서 한국에 대한 관세 특혜를 제외시키려고 하는데 그 동안 관세 특혜를 받고 있던 업체로서 큰 장애가 될 것입니다』란 박 금성사 사장의 설명에 『특혜만 받아 가지고 장사를 하려면 됩니까.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잘 만들어야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사 자체에서도 기능「올림픽」과 같은 기능 경진대회를 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한 회사가 우수한 기능공 한사람만을 훌륭히 훈련시켜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선진공업국인 독일과 일본동이 기능 「올림픽」에서 입상은 못했으나 그 나라 기능공들의 평균수준은 모두 높은 것』이라고 지적한 박 대통령은 『공장 다녀보니까 요즘은 기능공들이나 직공들의 몸단장이 좀 소홀한 것 같은데 옛날의 기능공인 장인들은 물건을 만들 때마다 목욕재개 하고 머리를 빗고 정성껏 만들었다는 것을 현재 공장에서도 본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기계를 만지는데도 정신수양이 있어야 잘된다』고 말했다.
오학진 상공위원장은 『지난번 「마드리드」기능「올림픽」에 참석했을 때도 기장과 더불어 애국가를 부르고 조회를 통해 정신통일을 기한 결과 좋은 성과를 올렸읍니다』고 보고. 박 대통령은 10분 동안 환담 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찻값을 내야지』라고 감 실장에게 지시하자 김 실장은 『지불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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