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받는 실업계 교육|한국교육개발원 조사 자료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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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의 실업교육은 사회의 기대와는 달리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이 밝혀졌다. 정부 당국은 지난 73년부터 산업교육진흥법을 제정, 실업교육육성에 주력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작성한 교육계획기초통계에 따르면 실업고교의 교사충원·실업학교의 확충 및 실업교육 자체 등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
교육법시행령상의 학급당 법정 교원 수는 실업 교 2·4(공고), 인문 고 1·8명으로 실업이 인문보다 0·6명이나 많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개발계획(77년∼81년)기초자료로 내놓은「교육계획기초통계」에 의하면 74학년도의 학급당 교원 수는 인문고가 2·01명인데 비해 실업은 1·78명뿐이었고 75학년도(4월말 현재) 역시 인문 1·89명(1백5%), 실업 1·84명(77%)으로 법정 정원수와는 정반대로 실업고교의 교사 충원이 인문 고에 훨씬 뒤지고 있다.
실업고의 교사충원 부진은 특히 공업·상업 등의 실과교사는 지원자가 없어 절대 수를 충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당국자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는 현실적으로 실과교사 난이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고 더욱이 공업교육과의 증설을 통한 전문적 양성, 실과교사 수당의 대폭 인상과 같은 실과교사유인체제만 확립된다면 교사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73년 2월 산업교육진흥법을 제정, 기능공 등의 기술인력확보를 위해 산업협동체제를 강화하는 등 실업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당시 당국이 추정한 73년∼81년까지에 필요한 기술인력은 기능공 1백79만 명, 기술공 22만3천명, 대졸「엔지니어」11만5천명 등 총 2백12만8천명.
73년 현재의 시설로는 이 같은 총 인력의 반도 공급할 수 없었고 1백44만 명이 절대 부족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문교당국은 공고를 중 심한 실업고의 증설을 서둘러 왔다.
그러나 이 통계자료에 따르면 73년 4백52개교이던 인문 고는 74년에는 무려 6백13개교로 증가했지만 5백63개교이던 실업고교의 수는 4백76개로 대폭 줄어든 역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75학년도에도 인문 고는 10개교가 증설된 데 반해 실업 고는 3개교밖에 증설되지 않았다.
74학년도에 실업고교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종합고교와 부실 실업고교를 대폭 정리했기 때문이다. 학생수도 인문 고는 74학년도의 53만 명에서 75학년도에는 64만8천명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실업 고는 45만 명에서 47만4천명으로 2만 명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설립별(74학년도)로는 실업의 경우는 공립(2백69개교)이 사립(2백4개교)보다 많고 인문은 사립(3백32개교)이 공립(2백77개교)보다 많다.
한편 실업고교 졸업생의 4분의1이상이 진학을 희망하고 있고 실제 14%가 전문 교·대학에 진학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실업교육이 실제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기능공 양성에 필요한 공고의 증설은 기재도입비 등 비싼 시설비 때문에 기피되고, 고작 상고·농고 등의 실업고교만이 증설되는 현상이다.
실업교육의 육성은 실과교사의 유인체제확립 및 실업 고 졸업생들의 사후대책 등보다 강력히 정책적 지원이 없이는 어려울 것 같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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