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의 10%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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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의 관심을 모아 온 OPEC각료회의는 10월부터 다시 원유가격을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OPEC강경파들의 대폭인상 주장에도 불구하고 매우 온건한 수준에서 결정된 것은 「사우디」의 영향력과「유럽」을 중심한 대 산유국 대화노력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바로 2년 전 이맘때부터 시작되었던 원유가 4배 인상의 엄청난 충격은 세계경제의 구석구석에까지 깊은 상흔을 남긴 채, 아직도 일부국가들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상률로 볼 때는 비록 이번의 그것이 지난 73년에 비할 때 소폭이지만 현재의 세계경제여건은 그 때에 비해 크게 변모한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선진공업국들에는 석유파동이 무절제한 자원낭비의 한계를 암시해 주었을 뿐, 실질적인 타격은 개도국에 비해 덜 심각한 것이었다. 다만 그 이전의 방만한「인플레」정책과 국제통화질서의 붕괴에 따른 통상의 혼란이 겹침으로써 석유원가가 상승작용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석유파동의 서방「인플레」에 대한 자극은 2%에 불과하다는 산유국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이다. 그러나 석유파동이 없었더라도 서방공업국들은「인플레」와 경기침체가 조만간 진전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는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지난 2년간 선진공업국들은 고가석유의 부담을 공산품가격의 대폭적인 인상과 대 후진국 수출확대로 대부분 전가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반면 1차 산 품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구상하고 있는 개도국들의 요구는 아직도 선진국들의 보장을 받아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생산국「파워」로서의 OPEC제국들도 75년부터는 실질수입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74년 초에 비해 4분의1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주로 서방공산품의 가격상승 때문이었다.
결국 몇몇 선진당국들이 지배하는 세계경제의 기본운영질서가 개혁되지 않는 한 원유 가와 공산품의 연쇄적인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단절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의 동결기간 중 서방측이 종전의 이기주의적 편향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대 후진국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산유국 양보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유엔」특별총회이후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선후진국간의 대화「채널」이 다각도로 마련되고 있는 시점에서 연말로 예정되고 있는 산유국·소비 국 회담의 성과가 주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과제는 10%인상에 대한 우리의 적응을 여하히 효율적으로 하느냐다. 우선 당장 나타날 추가부담만 해도 내년 중 1억3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다.
관례대로 즉각적인 유류 제품가격인상을 허용할 경우, 최소한 8%의 인상이 되겠지만 그 동안 징수 유예되어 온 방위세부담까지 가산할 경우 그 폭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또다시 물가체계는 전면적인 혼란을 겪게 되겠지만 정부로서는 가급적 관련제품 가격의 인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신속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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